[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2 (408)
“욕심이 사람을 망친다는 말이 있죠.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다 못한 어머니마저 가출한 아이들이랍니다. 업고 끌고 줄줄이 유랑을 해 본들 누가 저 애들을 거둘 수 있습니까. 도탄에서 저 아이들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어미의 거룩한 희생뿐인 것을요. 하나를 취하면 필연적으로 하나는 버려야하는 것을 우리는 너무 예사로 여기고 있는 게지요. 우선 묵기는 곶감이 달다는 옛말 하나도 거짓 아닙니다. 피한다고 모면되면 도망쳤겠지요. 그렇지만 본인의 생애마저 종결지을 수는 없지요.”
“그렇다면 약자로 구타 당하던 저 아이들 엄마, 아니 그 여자의 불행한 인생은 어떻게 합니까? 엄마니까 그래도 참아야 된단 억지 말씀처럼 들려요.”
양지의 음성에 불만이 서린 것을 느낀 주승의 얼굴에 슬며시 미소가 번졌다.
“스님 저희 엄니도 사실은 그런 부분에서 저희들의 반발을 많이 샀어요.”
“자식 잘못되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지요. 가만히 들어보니까 저 애들 엄마도 대학공부까지 한 식자층이었는데 남편 못지않은 학식을 내세워서 다투다가 번번이 폭력만 당했답니다. 가정이 어디 싸움질하는 투견장이고 자식들은 구경꾼 만들려고 낳는 겁니까? 현명하고 슬기로운 사람에게는 장애는 있어도 고통은 없다는 말도 안 있습니까.”
“스님은 부모형제의 인연도 버리고 출가한 분인데 어떻게 저 애들을 기를 생각을 하셨는지 그것도 인연이겠지요?”
“그렇지요. 저 아이들이 전생의 내 부모형제나 스승, 또는 이웃이나 은인이었을 수도 있겠지요.”
“전생 차생 후생을 윤회하며 얽히는 인연, 뭐 그런걸. 말씀하시는 거예요? 저도 어릴 때 제 무덤 제가 밟고 다닌다는 어른들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전문가인 스님으로부터 직접 이런 말씀들을 들으니까 제 생각의 외연이 엄청 광대하게 열리는 참 기이한 감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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