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계곡에 물이 말라간다
박재현(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경일포럼] 계곡에 물이 말라간다
박재현(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 경남일보
  • 승인 2017.05.3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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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행복을 모든 정책의 중심에 두고 있는 부탄은, 국토는 한반도의 4분의 1이고, 인구는 대한민국의 7분의 1밖에 안 되는 작은 나라이다. 국민소득은 우리나라의 10분의 1밖에 안 되지만 국민의 97%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나라이다. 이 나라의 헌법에는 ‘국토 면적의 60% 이상을 숲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제35조)’는 조항이 있고, 굳이 부탄과 비교하자면 우리나라의 숲은 국토면적의 64%가 넘는다. 이런 비교적 많은 숲을 가진 우리나라는 매년 봄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10년(1994~2016) 여름철 강수량은 670.0mm로 평년(779.7mm) 대비 86%를 기록했다. 이러한 강수량 부족이 봄 가뭄을 불러일으키는 주된 원인이기도 하겠지만, 산림 인근에 사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산림 내 계곡에 물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엔 마르지 않던 계곡물이 지금은 같은 비가 왔음에도 계곡에 물이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림은 녹색댐 기능을 한다. 비가 오면 산림 내 토양이 물을 지속적으로 천천히 흘려보내 당분간 비가 오지 않아도 계곡에 계속적으로 물이 흐르는 작용(갈수완화기능)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산림의 밀도는 과도하게 빽빽한 상태이다. 그렇다보니 나무는 물을 쓰는 기관이면서도 낙엽이나 떨어진 가지를 통해 산림토양을 분해시켜 물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공극)을 넓혀 산림토양이 물을 공급해주는 녹색댐(홍수조절기능, 갈수완화기능, 수질정화기능) 기능을 충실히 하게 된다. 그러나 너무 과도하게 숲이 나무들로 들어차 있으니 산림토양이 저류할 수 있는 기능이 상실돼 나무들이 소비하는 증산량이 늘어 숲이 저류하는 물은 줄어드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예전에는 계곡에 물이 늘 흘렀는데, 지금은 물이 마르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빽빽한 숲을 어떻게 해야 할까. 숲가꾸기를 강도 높게 해야 하는 것이다. 빽빽하게 자란 숲을 적절하게 솎아주어야 하는 것이다. 도로나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만 숲가꾸기를 해 왔던 기존의 산림정책에서 벗어나 숲속에까지도 그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즉 나무들이 소비하는 산림토양의 물을 적절히 못 쓰게 해 계곡으로 흘려보내주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나무들은 더 잘 자라서 임목축척을 높여주는 역할도 하고, 산림에서 흘려보내주는 물의 양이 늘어나니 궁극적으로는 하류, 즉 하천이나 강의 물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뿐인가. 물의 원류는 산림이기에 산림에서 맑고 깨끗한 물을 더 많이 하류로 내보내 주면 그 물을 사용하는 하류의 사람들에게는 더 큰 혜택이 오게 되는 것이다.

지금 가뭄으로 물이 부족하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그러나 산림이 너무 빽빽하게 들어차 물이 부족해지는 것에 대해서는 무관심이다. 물의 원류가 산림이듯, 물 부족을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도 산림에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적어도 비가 더 많이 와 주어야 하겠지만 그렇지 못할 땐 산림을 잘 관리하는 숲가꾸기 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나무가 소비하는 증산량을 줄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그 물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 여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보다 더 많이 더 깊은 곳까지 숲가꾸기를 확대해서 실시해야 하는 것이다.
 
박재현(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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