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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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7.06.0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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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박경리 동상, 그리고 북유럽 이야기(2)
 


이 글은 소설가 박경리 동상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 내에 선다는 보도에 따라 금방 다녀온 그 상트페테르부르크 이야기와 내친 김에 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덴막 등의 여정에서 느낀 것들을 보고하는 일종의 기행 메모이다.

이 일정은 꼭 정해진 여정을 따라가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전체 10박 12일 중 종반부 여정이기 때문이다. 우선 필자가 그 도시를 가로지르는 네바강 연안 유람선을 타고 돌아보는 일정은 그 일정의 끝이었다. 네바강 유람은 강 흐름을 따라 도시의 역사와 경관의 숨겨진 내면을 조감해 보는 일이기도 했다. 여기서 의외에도 푸시킨의 집을 바라다 볼 수 있었다. 푸시킨 박물관으로 바뀌어 러시아문학의 한 거점을 형성하고 있는 지점이다.

이 박물관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건물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푸시킨이 근위병 단테스와 결투를 자청하여 부상을 당하고 가족과 함께 마지막 살 던 곳이다. 이 박물관이 푸시킨 박물관으로는 원조라 할 수 있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며 결혼했던 그의 아내와 애증이 점철된 생활 공간이고 원고 쓰느라 밤잠을 설치기도 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박물관에는 생활용 가구와 사진 액자들, 육필 원고, 기념사진, 시계, 고급 화장대, 피아노, 책상, 고서적이 즐비한 서재, 아내의 초상, 그리고 마지막 자는 듯이 누워 있는 푸시킨 병상의 마지막 모습이 벽에 걸려 있다. 마지막 결투를 앞둔 시점에서 쓴 듯한 시구가 떠올랐다. “어디로 떨어져 버릴 것인가,/ 나의 황금빛 봄날이여/ 너의 염문은 끊일 날이 없구나!”

한국의 박경리와 러시아의 푸시킨. 이 두 작가가 살았던 시기는 100여년을 차이하여 푸시킨이 먼저 살았지만 각기 민족의 정서와 역사를 두루 섭렵했던 것이므로 한러교류의 흐름에서 보면 팽팽한 긴장으로 서로 다른 듯 닮아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확인해 가는 새로운 장이 되리라 믿는다. 박경리의 러시아 동상이 건립되면 박경리는 다섯군데의 거점이 생기게 된다. 원주의 토지문학관, 하동의 최참판댁, 진주의 진주여고 시비, 통영의 박경리기념관 그리고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 동상 등이 될 것이다.

필자 일행은 이 도시에 있는 ‘여름궁전’을 관람했다. 이 궁전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29㎞ 거리에 있는 러시아제국 시대의 궁전이다. 일명 페테르고프 궁전이다. 여름에 지내는 궁전으로 핀란드만 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고 ‘분수의 궁전’이라 불릴 정도로 분수가 가득한 정원으로도 유명하다. 필자는 이 분수가 내뿜는 물줄기가 하늘을 솟는 오전 11시까지 기다리며 수많은 분수 중에 아담과 이브의 분수 곁에서 사진을 찍었다. 피터대제 시절에 어찌 아담과 이브란 말인가. 이 무렵 중앙집권 제국을 확립하기 위해 기독교 정교를 받아들였다는 것인데 이것이 그 흔적이 아닌가 했다. 필자는 이 넓은 궁전의 정원과 직선 통로의 스케일이 대단함을 느끼며 짤막한 시를 구상했다.

“지상의 사상은 직선이다/ 뻗어가는 것이 가치다// 천상의 사상은 분수다/ 뿜어올리는 것이 가치다// 가치는 그리움이고 영원의 길이다// 제국 로마노프왕조 표도르1세 그대 지은 집/여름궁전은/ 줄이고 줄인 그대의 언어다/칙서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여름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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