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 개방 꼭 지금 해야 했나
4대강 보 개방 꼭 지금 해야 했나
  • 경남일보
  • 승인 2017.06.04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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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등 4대강 6개 보가 지난 1일부터 수문을 열고 상시 방류를 시작했다. 경남에서는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가 각각 1m, 0.2m씩 수위를 낮췄다. 문재인 대통령이 녹조로 인한 수질 악화를 개선하기 위해 6개 보 상시 개방을 지시한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극심한 가뭄 속에 강행한 보 수문 개방에 농민들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보의 완전 철거를 요구하고 있는 환경단체도 “미흡하지만 일단 환영”이라는 어정쩡한 입장이다.

정부는 보 개방과 가뭄은 관련성이 적다고 해명하고 있다. 농업 가뭄이 심한 곳은 주로 경기 남부와 충남 서북부 지역인데 이번에 개방하는 6개 보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고 집수 유역이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남을 비롯한 남부지방도 가뭄 영향권에 들어 농업용 저수지가 빠르게 마르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경남지역본부는 지난 1일부터 낙동강 물을 끌어와 주남저수지에 물을 대고 있다. 앞으로 큰 비가 내리지 않으면 7월 초·중순이면 도내 저수지 곳곳이 바닥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제한적 보 개방은 녹조 억제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단체들은 방류량이 너무 적어 수질 개선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수문 개방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정부는 가뭄이 아니라 양수장 취수구가 높기 때문에 수문을 많이 열지 못한다고 변명하지만 ‘그렇다면 왜 굳이 지금 찔끔 개방하느냐’는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다. 함안보의 경우 수심 6m에서 0.2m 수위를 낮추면 유속이 30분의 1가량만 개선되어 공학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녹조는 수온, 일조량, 축산분뇨 등 비점오염원에서 인·질소 유입, 보로 인한 유속 저하 등이 원인이다. 보 개방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비가 와 인이 유입되어 녹조가 크게 번진다면 그땐 어쩔 셈인가. 찔끔 수문개방으로 아까운 물만 낭비하고 녹조 저감효과는 없다면 누가 책임져야 하나. 차라리 농번기가 지난 후 장마때 물을 가뒀다가 녹조가 심해지면 충분히 수문을 개방하는 것이 수질개선에 효과적일 것이다. 정부정책은 시기를 잘 골라야 한다. 용수공급이나 생태계 영향, 수질문제 등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검토는 필수적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지르고 보는 식의 전시행정은 정치적 의도성만 부각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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