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시민이 먼저 입니까
[데스크칼럼] 시민이 먼저 입니까
  • 문병기
  • 승인 2017.06.0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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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기자
문병기기자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언제나 아름답고 고귀하다. 가진자든 그렇지 못한 자든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 사는게 각박해지니 이기주의가 판을 친다. 남보단 내가 우선이니 배려란 단어가 사라진 지 오래다. 남이야 불편을 겪던 말던, 나 혼자 잘먹고 잘살면 되고, 나 혼자 편안하고 행복하면 그만이다. 참으로 가슴아프고 서글픈 현실이다.

하지만 사천시는 그런 현실과는 사뭇 다른 구석이 있다. 속이야 어떤지 모르겠지만 겉보기엔 그래 보인다. 사천을 들어서다보면 시 지정 게시대는 물론 곳곳에서 눈이 번쩍 띄는 문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심지어 시보와 각종 공문서 할 것 없이 맨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 말이다.

“시민이 먼저입니다.”

간결하면서도 따뜻함이 묻어나는 이 말은, 민선 6기 송도근 시장의 시정 철학이자 시정목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무원들 스스로 몸을 낮추어 시민을 섬기고 배려하며 우선시하겠다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공직사회의 ‘갑질’이 판치는 세상. 배려의 미덕이 사라진 세상. 이런 세상에서 시장과 공무원이 앞장서 시민이 먼저라 외치니, 이 얼마나 대단하고 존경할 일인가.

배려에 목마른 현대인들에겐,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신선하고, 갈증을 달래줄 청량제와도 같이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현실도 그러할까. 송 시장이 그렇게 내세우며 실천하고 싶었던 ‘시민이 먼저’란 그 말이, 3년이 지난 지금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도 동의하고 공감할까?.

‘聞一知十(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눈 앞에 보이는 하나를 보면 나머지는 보나마나란 뜻일 것이다.

사천시청 지하주차장에는 150여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 곳은 1층에 민원실이 있어 항상 사람과 차량들로 붐빈다. 그러다보니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빙빙 돌다 나가는 차량들을 심심찮게 볼 수가 있다. 그런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잔뜩 화가나 있는 듯하다. 바쁜 시간 쪼개 시청을 찾았는 데 주차를 못해 시간만 낭비 했으니 충분히 그럴만도 하다. 더더욱 이들을 짜증나게 만드는 것은 또 있다. 이 곳에는 ‘민원인 전용’으로 지정된 10여면의 주차공간이 있다. 민원인들을 배려한다며 지정해 둔 것이라지만 종일 빈 곳을 찾기 어렵다.

민원인이 타고온 차라면 순환이 될텐데, 일부 몰지각한 공무원들이 출근과 동시에 주차를 해놓으니 퇴근전까진 빈 자리가 있을리 만무하다. 차라리 ‘공무원 전용’으로 지정돼 있다면 그나마 이해라도 할텐데… 민원인을 우롱하는 기술도 수준급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소위 높으신 분들의 말장난에 속으며 살아왔다. 천 번의 약속과 백마디의 말보다, 실천하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 큰 감동을 주는법이다. ‘이번만은 다르겠지’ 하는 믿음이 실망으로 바뀔 때, 분노의 화살이 누구에게 향할 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작은 것 하나도 배려하지 못하면서 시민이 먼저라 말할 수 있겠는가. 이제라도 초심으로 돌아가 진정 시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 지 깊이 되새겨 볼 일이다.

문병기기자 bkm@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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