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2 (411)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2 (411)
  • 경남일보
  • 승인 2017.03.2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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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2 (411)

“하지만 어느 종교가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한국 불교를 배우기 위해 서양의 승려들이 들어온다는 보도도 있는데 다 함께 가는 겁니다.“

”예. 옛날 고승대덕들의 행적을 보면 정신적으로 참 매력 있는 공부라는 생각은 할 수 있죠.“

”보살님 말이 난 김에 내가 참 중요한 얘기 하나 해드릴까요. 얼마 전에 텔레비전에서 보았는데 어떤 대학 교수가 하는 말이 하도 인상 깊어서 메모해놓은 게 있는데 한 번 들어 보시겠소?“

양지는 고요한 긍정의 눈빛을 보이며 경청의 자세를 만들었다.

”엊그제도 밖에 나갔다가 본 일인데, 고물장수들 리어카에 무겁게 골동품이 실려 가는 걸 보고 아무리 시대의 흐름이라고는 해도 참 마음이 고약해집디다. 그 고물들이 뭔지 궁금하지요?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유물들이 귀신단지 치운다고 싹쓸이 처분이 되는 겁니다. 골동품 수집하는 사람들한테 가지고 가면 돈이 꽤 된다고 동네마다 뒤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대요. 그런 걸 보고 온 뒤라서 그런지 마침, 언젠가는 후회하지 싶은 내 심정을 짚어 낸 듯이 하는 강의라 아주 심중에 쏙쏙 와 닿았지요. 새마을 운동, 잘 살자는 취지는 좋지요. 밥 먹고 살기가 전보다 훨씬 나아진 것도 사실이고요. 온 국민이 새 정신으로 똘똘 뭉쳐서 경제개발이니 가옥 구조니 생활개선을 하고 있으니 앞날에 대한 기대는 얼마나 풍족해지겠어요. 그러나 막상 자기중심의 빗장이 풀린 것은 눈치를 못 채요. 눈앞의 현상에 혹한 나머지 막상 자신들의 정체성이 깡그리 상실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절집이나 지키는 나도 하는 걱정을 넘겨다 본 듯이 그 학자가 그러는 겁니다. 한국인들이 모르는 또 다른 한국이 있다고요. 우리가 미처 몰랐던 한국인의 장점을 슬프게도 이윤추구를 우선시하는 기업들의 경영방식이 흔적을 찾아볼 수도 없이 마멸시켜 간다네요. 그게 바로 한국의 선비정신인데 상도를 지키지 않고 이윤추구만 하는 기업들, 개발도상국의 급격한 도약 과정에 있는 한국인들은 가장 가치 있는 한국인 자신의 위상을 제대로 인식할 시간조차 망각한 채 경제가치의 흐름에 휩쓸려 하나의 부품화 상태가 되어간다고 말입니다. 한국인들은 마치 유토피아처럼 선진국 바라기를 하는데 정신문화의 격차로 한국을 능가하는 선진국은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게 바로 고매한 선비정신이나 홍익인간 같은 보다 본질적인 차원의 문화인데 우리는 이를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한국 뿐 아니라 전 인류가 동의하고 지지할 수 있는 인간문화의 보편적 가치라고 주장했어요.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에 맞게 재창조한다면 엄청난 파급력을 발휘할 것이라고도 했어요. 또 한국의 오래된 농촌 가옥은 조붓하고 포근한 정감이 누구에게나 고향의 정서를 선물할 수 있다네요. 그 속에 오순도순 모여 사는 가족들의 모습도 상상해 보세요. 할아버지 할머니 아들 며느리 손자들이 삼 대 사 대 같이 살면서 지켜내는 미풍양속이 곧 한국의 아름다움인데 그런 대가족 정신도 소가족 중심으로 이분되면서 기둥감이 이쑤시개로 변하는 현상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경고도 했습니다. 제 말이 너무 지루하면 그만해도 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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