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건강비결(1)
이지원(경희부부한의원 원장)
할머니의 건강비결(1)
이지원(경희부부한의원 원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6.0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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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누구에게나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사람이 있다. 어릴 적 늘 눈에 웃음이 가득한 단짝 친구일 수도 있고, 아침에 안아주고 나온 귀여운 딸일 수도 있다. 나에게는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나의 할머니가 있다.

시골 겨울의 아침은 유독 추웠고 ‘호오’ 불면 하얀 입김이 서렸다. 겨울 아침 할머니가 손수 아궁이에 불을 지펴 데운 물을 세수 대야에 담아 방으로 가져오면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세수를 하곤 했다. 어쩌다 이불에 실수를 해도 할머니는 싫은 소리 한마디 없이 이불을 걷어가셨다.

그런 할머니가 올해 92세이시다. 할머니는 때로 무릎이나 손목이 아프다고는 하지만 큰 병환은 없이 지내신다. 할머니는 늘 손수 기른 채소와 직접 만든 된장, 우리 논에서 키운 쌀로 지은 밥을 드신다. 요즘 사람들이 마트에서 구하는 유기농 마크를 붙여 놓은 비싼 채소, 곡식보다 더 신선한 음식이다. 동의보감 ‘정문(精門)’에는 ‘정(精)이 가득하면 기(氣)가 튼튼해지고 기(氣)가 튼튼하면 신(神)이 왕성해지며, 신(神)이 왕성하면 몸이 건강하게 된다’는 구절이 있다. ‘정(精)’은 우리 몸의 근본이 되는 에너지이며, 이것은 쌀 미(米)와 푸를 청(靑)이 합쳐져서 생긴 글자이다. 즉 쌀밥과 푸른 채소가 우리 몸의 정(精)을 만들어낸다.

또한 할머니는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2~3시간 내에 잠자리에 드는 생활을 한다. 동의보감 ‘신형문(身形門)’에 보면 ‘여름에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며, 겨울에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사람에게 이롭다’는 구절이 있다. 여름에 해가 늦게 지고 일찍 뜨며, 겨울에 해가 빨리 지고 늦게 뜨는 것에 맞추어 잠을 자고 일어나는 것이 자연의 법칙에 따라 사는 것이며, 인체의 리듬에 맞추어 사는 것이 된다.

할머니는 웬만해서는 크게 화내는 일이 없고 그렇다고 크게 기뻐하거나 슬퍼하는 일도 없이 온화하고 잔잔한 사람이니, 동의보감 ‘오장육부문(五臟六腑門)’에는 감정의 동요가 오장(五臟)을 상하게 한다고 하는데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늘 바쁘고 만성 스트레스와 만성 피로에 시달리고 가공식품을 입에 달고 살지만, 오늘 하루는 어느 시골의 미소 띤 할머니가 된 것처럼 신선한 채소를 먹고 속상한 일은 털어버리고 평소보다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싶다.

 

이지원(경희부부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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