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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시론] 역지사지(易地思之)·‘내로남불’ 고무줄 잣대 청문회
이수기(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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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06  18:2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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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적폐청산 공약의 하나로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 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사안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하나 결과적으로 새 정부 인사도 초판부터 5대 비리인사가 나오고 있다. 관련자 고위공직 배제란 문 대통령의 원칙을 무색케 하는 일이 빚어진 것이다. 5대 위법·비리 중 어느 하나 가지지 않은 후보가 거의 없었음을 확인, 어찌됐든 국민들 보기 민망한 일이다.

이낙연 총리는 여러 의혹으로 제1야당의 불참 속에 국회를 통과했다. 결국 이 총리의 국회청문회 통과는 순리를 벗어났고, 여야 힘겨루기로 결론 났다. 반대하던 국민의당의 협조로 본회의 표결에서 통과, 총리 자리에 안착했다. 자유한국당은 끝까지 반대, 불참했고, 문 정부 출범부터 기대를 모았던 여야 협치·소통 모드는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섰다.



청문회 통과할 인재 그렇게도 없나

청문회를 열고 보니 초반부터 ‘역시나’였다. 국민들은 능력을 떠나 명망가 중에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청문회를 통과할 인재가 그렇게도 없느냐는 말도 한다. 후보자 중에는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기준을 다시 세워 기존에 이름난 인사를 고를 것이 아니라 넓게 보고 한직에 있더라도 강직하고 청렴한 사람을 찾아 등용해야 한다.

임기 초 내각 구성의 난맥상 되풀이는 문 정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과거 청문회 단골소재였던 5대 의혹이 또 문제다. 84%에서 78%로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남은 10여개 장관도 공직인사가 일방통행으로 비칠 때 여론은 언제든 돌아설 수 있다. 5년을 끌어갈 새 정부의 장관 등 핵심 공직자들이 능력 있고 참신하고 청렴한 사람으로 채워지길 바란다. 이런 일이 계속되면 신선한 인사라는 찬사가 지탄으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다.

국민에게 ‘사과’가 아닌 ‘양해’를 구한 내용도 문제다. 공직 배제 5대에 해당함에도 그냥 넘어가 달라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도덕적 흠결에 국민들이 못본 체하라는 것인가. 낙마보다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옳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때와는 완전 다른 모습이다. 여당 방어, 야당 공격의 여야가 바뀌었다고 딴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

청문회 후보자들이 도덕성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는 장면은 국민들에게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내정자의 딸 위장전입, 건강보험, 자녀 이중국적 등의 논란이 많다. 야당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는 ‘의혹종합세트, 불공정위원장’이라며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키로 해 ‘무사통과냐, 1호 낙마’냐로 여야가 대치상태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도 이념편향 등의 문제가 계속 나오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야당시절 강·김·김 후보와 비슷한 의혹이 제기됐던 인사 여럿을 낙마시킨 전력이 있다.



불량상품은 인재가 아니다

청문보고서 채택은 ‘오락가락’하는 국민의당의 더불어민주당 2중대 역할에 달려 있지만 문 대통령이 5대 비리자를 고위공직 임명을 강행 때는 자신들만이 도덕적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인사청문회에 임하는 여야는 처지가 바뀐 역지사지(易地思之)를 감안하지 않고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인 ‘내로남불’이라는 용어를 떠올리게 하는 ‘고무줄잣대’ 같다. 능력이 있어도 불량상품은 인재가 아니다.
 
이수기(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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