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2 (412)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2 (412)
  • 경남일보
  • 승인 2017.03.2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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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2 (412)

전하고 싶은 내용에 열중하던 노승이 양지의 양해를 구하며 뜸을 들였다.

“아닙니다 스님. 저 역시 인심이 너무 개발 위주의 직선으로 급히 흐르다 보니 옆 돌아볼 여유 없이 경직되고 메말라 간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스님 말씀처럼 깊이 있는 부분까지는 미처…. 잘 살기 위해, 잘 살기 위해 하는데 과연 어떤 모습의 삶이 기준인지 채찍으로만 여겨져요.”

“얼핏 그리 생각할 수도 있지요. 옛날 것을 낡았다고 없애는 것은 한국의 가장 큰 약점으로, 이는 외국인들이 찾고자 하는 한국 고유의 특색을 일부러 없애는 결과를 범하고, 수습 불가능한 미래를 부르는 것과 같다는 진단은 이미 학자들 사이에서 주지되고 있는 사실이랍니다. 한국이 가야할 길은 과거 전통을 되살려 이것들을 현대적 요소와 어울리도록 재구성할 필요도 강조합니다. 한국인은 우수한 정신문화를 갖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는 모순적 태도를 버리고 자긍심이나 자존감을 찾아야 하고 과거와 현대화된 대한민국을 흐름이 끊긴 별개의 나라로 만들지 말고 우리의 문화적 자신감을 훼손하는 간극부터 지워야합니다. 높은 선비정신과 한국의 농촌이 세계인이 향유할 가치 있는 문화라 여기는 한국인들이 극히 드물다는 데서 이런 강론의 의의가 바로 서는 것이지요. 우리 문화를 위대한 자산으로 인식한다면 세계에는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며 세계 각국에 역사적 비전을 제시하며 중심역할을 맡게 될 것이기 때문이랍니다. 그런 반증을 외국에서 먼저 알아챘는지 우리 절에도 공부 좀 하겠다는 외국 승려가 한 사람 다녀 간적이 있는데 이런 강의와 연결 지으니 대단한 강소국으로 각광 받을 날도 올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를 산속에 있는 절집 땡초의 입으로 전달하려니 약간 동떨어진 거대담론 같은 느낌도 없잖아 있지만 보살님 같은 분은 이해하실 것 같고 이런 견해를 토로하는 뜻있는 학자도 있다는 정보교환 정도로 들으셔도 좋겠습니다.”

“거대담론이 아니라 우리가 간과했던 사실을 지적해 주는 좋은 말씀이셨어요. 그렇지만 스님, 저는 전부터 헛기침으로 거드름 피우며 하인보다 더 비겁하게 사는 기득권층의 못 된 양반들이 떠올라 고매한 선비정신이라는 표현에는 거부감을 갖고 있었어요.”

“허허 그럴 수도 있지요. 우리나라가 일제에 무너진 원인을 선비 문화의 폐해 때문이라 지적한 학자들도 꽤 있으니까요.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남 탓하지 말고 내 마음을 바로 찾아서 여유룰 가지면 저절로 눈이 밝아지고 깨달음이 오는데 그것이 바로 실사구시 하는 선비 정신이며 노소동락하는 세계에 들어서는 거라고 설파하는 제 도반들도 꽤 있어요. 몸으로 삼십 프로 움직이면 정신이 칠십 프로 움직여서 생활이 되니까 정신영역을 더 중시하게 되는 게지요. 우리 모두 그런 정신을 지키고 살면 어떤 고난도 물리칠 힘이 생길 것입니다.”

“스님 말씀을 듣고 보니 덕산의 남명 선생 영향을 느끼게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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