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2 (413)
“하고보니 맥이 그렇게 들릴 수도 있군요. 존경할 만한 어른 이웃에 사니까 저도 모르게 수양산 그늘 맛에 심취했는지 모르지요.”
“스님, 뜻밖으로 좋은 말씀도 듣고 좋은 차도 끓여 주셔서 잘 쉬었다 갑니다.”
“노 보살들이 오시면 댑다 절만 하시고는 무에 그리 바쁜지 그냥 돌아가기 바쁜데, 보살님 덕분에 저도 모처럼 후련하고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 장시간 좋은 말씀도 듣고 좋은 차도 대접 받았는데 막상 스님 법명도 몰랐어요. 죄송합니다.”
“법명요? 허허허. 그저 지리산을 파먹고 사는 땡초로 해두지요. 자운에게는 그 땡초 잘 있더라고 안부나 전해 주시고요. 참, 그 사람 요즘도 가게에 물건 들어오면 합장기원 하지요?”
“예. 부처가 된 생명이여, 몸 바쳐서 보시하신 이 고기를 먹고 원기 회복한 중생들이 실하고 아름다운 생을 누리게 해주소서, 그러신답니다.”
주승이 준비해 준 산채와 산약초 말린 꾸러미를 들고 내려오다 되돌아보는 양지의 눈에 무설당, 당호의 현판이 들어왔다.
23
지리산에서 돌아 온 후, 양지는 자신이 앞으로 나가야될 큰 틀의 방향을 정하게 되었다.
“오빠, 저는 앞으로 육영 사업을 해보기로 정했어요.”
“육영사업? 학교라도 설립해 보려고?”
“그런 큰 자금은 없으니 몸으로 기중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로 보육원 같은 걸 시작하면 될 것 같아요.”
“갑자기 그런 사업을?”
“전부터 막연하나마 염두에 두고 있기는 했는데, 이번에 오빠 심부름을 가서 보니 피붙이도 아닌 아이들을 스님도 기르고 계시는데 깜짝 놀랐어예. 육아문제는 아무래도 남자보다 여자인 제가 더 적격이라 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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