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3 (414)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3 (414)
  • 경남일보
  • 승인 2017.06.07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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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3 (414)

“그렇긴 한데 동생은 아직 미혼인데 외삼촌이 동의하실까?”

“참 오빠도. 저 청개구린거 아시면서 그라십니꺼. 아무래도 제가 결혼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는 틀린 것 같고, 또 정남이 애는 물론이고 호남이 딸애도 누군가 있어서 돌봐줘야 되잖아요.”

“만혼이기는 해도 동생이 아직 결혼을 포기하는 것도 그렇고, 부모 없는 아이들이 많아야 번창하는 사업인데 어찌 감이 좀 걸린다.”

“악담은 아니지만, 지금 추세를 보면 이혼율이 늘거라고 학자들이 진단하고 있잖아예. 책임 안지겠다고 서로 떠넘기는 아이들이 올 데 갈 데 없이 떠돌면 결국 어떻게 되겠습니꺼. 그렇잖아도 우리나라가 고아수출국이라고들 하는데.”

“허엇 거참. 괜히 그런 심부름을 보냈던 건 아닌지 싶네.”

“오히려 잘된 걸음이라예. 돌아오는데 갑자기 어둡기만 하던 제 앞날을 밝혀주는 전깃불이 확 켜진 것 같았거든예. 앞으로는 분명 물질문화가 풍부해질 거고 그 역작용으로 부모 자식 간의 끈끈하고 따뜻한 정부터 버려놓는 세상이 올 것 같아예.”

“허어허허. 동생이 내 친구를 만나고 오더니 관이 트인 도통자가 됐네. 대단한 자극을 받았구만.”

“진지한 대화를 통해 추세가 그렇게 흐르고 있는 걸 보고 들었고 느꼈고 깨달았고 그렇습니더.”

“지리산 공기를 마시고 와서 생기가 돌아왔나 여겼던 내 추측이 맞아떨어진 것도 그렇고 뚜렷한 생의 의지를 되찾은 것 같애서 참 보기 좋아. 지금 말한 그 뜻도 귀가 즐겁고 좋아. 동생이 날 도운다고 했듯이 나도 앞으로 동생을 도움세.”

“우린 그럼 정말 겹동지가 됐네요. 이제부터 할 일이 많아요. 오빠, 자금을 모아야 되니까 제 일 자리부터 좀 날아봐 주이소. 월급 많이 주는 데를 찾을 때까지 그저 출근하는 곳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일사천리다, 일사천리.”

얼쑤 좋다. 마치 판소리 공연의 추임새처럼 억양을 흉내내는 오빠 때문에 마치 흔쾌하고 튼튼한 건강 대로에 올라선 마라토너라도 된 양 양지의 온 몸으로 힘의 기운이 흘렀다.

“인생 마음먹기 대로라는 말이 이런 때 만들어진 말 아닐까요? 먹구름이 확 걷힌 것 같고 기분이 억수로 해껍고 좋습니더.”

조금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듯 하던 오빠가 제의를 했다.

“동생이 그런 생각을 할 줄 알았다면 진즉 물어볼걸.”

“무슨 말씀을요?”

“얼마 전에 젊은 목부를 하나 들였는데, 일이 몸에 안 붙고 영 버성겨서 오래 하겠나 싶어. 요양한다 생각하고 조금만 더 기다려봐. 몸 쓰는 일을 영 싫어하고 오래할 것 같지를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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