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나라가 걱정되네요
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경일포럼] 나라가 걱정되네요
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06.11 13: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라는 왜 존재하는가? 아니 왜 존재해야 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영토를 지키고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존재하고 또 존재해야 한다. 그래서 나라 국(國)자는 영토(口)안에 국민(口)과 함께 창(戈)이 그려져 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국가존재의 최대가치는 안보라는 얘기다. 그런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에 트럼프라는 기업인이 대통령으로 들어서더니 안보개념은 간 데 없고 국가재정만 앞세우는 모습을 본다. 파리기후변화협약과 같은 국제동맹에서의 탈퇴를 선언한 것으로 보나 주한 미군의 방위비 부담을 한국에 요구하는 것을 보면 세계최강 미국이라는 나라의 지도자로는 걸맞지 않은 것같다. 한국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배치문제를 놓고도 그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라는 식이니 말이다.

이익획득을 주된 목적으로 경영을 하는 기업의 경우에도 고도의 공동선을 지향하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라는 것이 있는데 하물며 자국의 재정부담을 앞세워 동맹국을 압박하는 나라의 대통령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아직 들어 보지 못했다. 바로 그 기업가정신이 있느냐 없느냐로 장사꾼과 기업인을 구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정치지도자의 경우에도 공익 내지 대의(大義) 우선의 정치인(statesman)이냐 아니면 사익 내지는 다음선거 우선의 정치꾼(politician)이냐로 대비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조금 실례가 되는 얘기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인 출신도 아니고 정치인출신도 아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국가이익이라는 것은 돈으로만 환산할 수는 없는 것이다. 동양적인 발상인지는 놀라도 맹자 첫 문장을 트럼프에게 들려주면 어떨까 싶다. 처음 만난 양혜왕이 맹자에게 나라에 이익되는 일이 무엇인가를 묻자 맹자가 왕에게 말해 주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하필이면 왜 이익만을 생각하는가(何必 曰 利)?”이다. 의리를 생각하지 않고 이(利)만 추구하다 보면 반드시 나라가 위태루어질 것이라고 말이다. 자국의 이익만을 취하려는 트럼프의 정책은 많은 우호 동맹국의 신뢰를 저버리는 하지하(下之下)의 정책일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우선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人事)에서 우리는 그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헌법재판소 소장을 임명함에 있어 “국가 권력의 남용을 경계하고 국민 기본권을 존중하는 의견을 개진하는” 인물로서 헌법제판소 소장으로 적임임을 표방하였다. 여기 까지는 아무런 시비를 걸 이유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가장 부각시킬 만한 행적의 사례로 하필이면 통진당 해산을 반대한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느냐는 점이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역시 법관이기에 일반 법관과 마찬가지로 통진당 해산의결에 찬성이나 반대를 할 수 있다. 그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법관의 권리다. 그러나 통진당 해산에 반대한 사실을 높이 샀다는 점을 우리는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다.

문대통령은 과거 대통령이 되기 전에 개인적 의견으로 통진당 해산 결정은 “반미주적 폭거”라고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지금도 똑같이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은 “반민주적 폭거”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

통진당 해산이 헌법재판소에 의한 “반민주적 폭거”라고 한다면 또 다른 법적 절차를 통해 해산의 결정은 취소되어야 하고 현재 구속되어 있는 이석기라는 인물 역시 반민주적 폭거의 소산이기 때문에 당연히 무죄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RO(혁명조직)가 새롭게 만들어 지고 또 기승을 부릴 것인가 하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나라가 걱정된다는 얘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