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의미
김임숙 (진주의료재단 이사장)
여행의 의미
김임숙 (진주의료재단 이사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6.1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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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숙
모 tv 프로그램에서의 “햇빛이 바삭바삭 하다.”는 표현이 인상에 깊을 만큼, 요즘 날씨는 정말 1년 중 며칠 없을 좋은 날씨이다. 하늘이, 바람이, 공기가 지금의 나를 놓치면 분명 후회할 것이라며 가까운 곳이라도 떠나라며 재촉하는데, 어디든 가야 할 것만 같은 지금, 그 발걸음의 부담을 조금 덜어보고자 여행만이 줄 수 있는 의미를 몇 가지 짚어보자.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어?’라고 쉽게 생각하지만 그런 사람은 실제로 많다. 여행을 할 때는 그 여정에 앞서 많은 준비가 필요한데, 이러한 과정 자체가 누군가에겐 피곤함과 짜증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시부터 행복해질 거야.’라는 어린왕자의 명대사처럼 떠나기 전의 설렘까지도 여행이다. 이동 방법, 숙소, 여행지의 맛집과 명소, 날씨와 거기에 맞게 가져갈 옷들을 고르는 일, 이동 중의 간식거리 챙기기 까지 이러한 준비과정이 그 여행의 향방을 결정하고 그것이 현지 상황과 맞아 떨어질 때 우리는 작게나마 무언가 성취한 경험과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우리는 여행을 통해 짧은 기간 동안 내가 모르는 자신을 더 정확하게 알 기회를 얻게 된다. 즉흥적인 상황과 환경이 진정한 여행의 멋이라 생각하여 준비를 소홀히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계획된 여정 속에서 기대 이상의 무언가를 보았을 때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은 그 준비를 철저히 할 것이다. 이처럼 여행은 인생의 축소판으로 다가와, 우리에게 여행뿐 아니라 인생 전반을 대하는 태도를 결정할 단서를 제공한다.

또한 여태껏 살아오면서 어떻게 지금의 나에게 이르게 되었는지, 그러한 내가 어디쯤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하는 게 옳은지 등에 대한 점검과 정리가 필요한 때가 있다. 그러한 시간을 갖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고, 여행은 그 시간의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데 있다.’ 라고 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 또한 그 맥락을 같이 할 것이다. 우리가 독서를 하는 이유는 내가 보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활자를 통해서나마 접하기 위해서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책보다도 훨씬 더 생생한 배움의 즐거움을 준다. 매일 있는 장소, 매일 보는 사람과 모니터를 벗어나 미지의 곳에 대한 두려움에 도전할 때, 여행은 그 극복의 환희와 더불어 조금 더 멀리 그리고 정확한 시야를 가진 ‘나’를 만들어 줄 것이다.

여행은 항상 행복하고 인상 깊은 순간으로 가득 차 있지 않다. 때로는 내가 왜 이 고생을 하고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지치고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여행은 당장 떠나도 좋을 메리트를 가득 준다. 무조건 멀리 갈 필요 또한 없다. 내가 알았던 곳이라 생각했던 곳 또한 가보지 못한 곳이 많거나, 아니면 많이 변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번 주 주말에는 선선한 날씨를 벗 삼아 스트레스를 날리러, 정말 혼자라도 좋으니 어디론가 떠나보자.

김임숙 (진주의료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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