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도와 보길도
송영식(전 진주시토지정보과장)
윤선도와 보길도
송영식(전 진주시토지정보과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6.0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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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식

윤선도(尹善道·1587~1671)는 조선시대 문인, 시조작가, 정치인이다. 호는 고산(孤山)이다. 조선 인조 14년(1636) 병자호란이 일어나고 청나라 태종이 조선을 공격하자 인조는 봉림대군(훗날 효종) 원손, 세자빈을 강화도로 대피시키고 자신은 남한산성으로 피신했으나 이듬해 삼전도에서 청태종에게 무릅을 꿇고 굴욕적 항복을 했다. 고산은 인조의 항복소식을 듣고 세상 꼴을 보지 않으리라 제주도를 향해 가족과 노비 등을 배에 태우고 남쪽으로 가던 중 명당의 기운이 서린 섬 하나를 보고 정상에 올라보며 풍수와 산세에 반하여 터를 잡는다. 바로 보길도다.

필자는 고산이 조정에 머물 때 왕릉선정에 관여하고 특히 정조의 부친 사도세자릉 터를 정하는 등 풍수지리에 해박한 그가 왜 이곳에 터를 잡고 13년을 살았는지 그 비밀을 알고자 2007년 초봄에 해남 땅끝마을에서 배를 타고 보길도를 찾았다. 먼저 바닷가에서 보길도 정상 격자봉(433m)에 올라 산 전체 형국을 살펴보니 연꽃이 암술자리를 보호하며 병풍을 친 것처럼 산능선이 부드럽고 곡선미가 넘친다. 이곳의 수종은 동백, 후박나무, 황칠나무, 소사나무, 곰솔 등 상록수가 주종을 이룬다. 멀리 남쪽엔 추자도와 제주도가 아련히 보인다. 푸른 바다엔 갈매기 날고 작은 섬들은 한폭의 그림을 펼쳐놓은 듯 아름답기 그지없다. 작은 바위에 엉덩이 걸치고 생선회에 소주 한잔 즐기며 어부사시사를 읊어본다.

앞 갯벌에 안개가 걷히고 뒷산에 해가 비친다.

배를 띄워라 배를 띄워라

썰물은 거의 끝나고 밀물이 밀려온다.

찌그덩 찌그덩 어여차

강촌의 온갖 꽃이 먼빛으로 바라보니 더욱 좋구나.

연잎에 밥을 싸 두고 반찬은 장만하지 마라.

닻을 들어 올려라 닻을 들어 올려라

대삿갓은 이미 쓰고 있노라, 도롱이는 가져 왔느냐

찌그덩 찌그덩 어여차

욕심 없는 갈매기는 내가 저를 따르는 것일까, 제가 나를 따르는 것일까.

속세에서 벗어난 깨끗한 일이 어부의 생애가 아니더냐.

배를 띄워라 배를 띄워라

고기 낚는 늙은이를 비웃지 마라. 옛 그림마다 그려져 있더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중략)

 

송영식(전 진주시토지정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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