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종합비타민이 필요한 도심재생
최만진(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객원칼럼] 종합비타민이 필요한 도심재생
최만진(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06.12 08: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라츠는 인구 25만의 중소도시이기는 하나 오스트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다. 도시 발생기원은 9세기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슐로스베르크라는 산위에 성을 쌓아 ‘작은 요새’라는 뜻의 이름을 얻었다. 그후 16세기에 건립된 시계탑과 종각은 오늘날도 도시의 명물로 손꼽힌다. 산성 아래에는 아름다운 전형적인 유럽풍의 시가지가 펼쳐져 있다.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를 지나면서 지어진 청사, 병기고, 성당 등의 건축물과 유서 깊은 도시 공간들이 곳곳에서 그 문화적 품격을 발하고 있다. 이러한 자산을 바탕으로 구시가지는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라츠는 2003년에는 유럽문화수도로 선정되기도 했다. 여기에는 초현대적인 건축의 추가적 도입도 일조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현대예술전시관인 쿤스트하우스이다. 이는 거대한 검푸른 애벌레처럼 길쭉하고 둥근 유선형의 형태를 가지며, 돌기형의 둥근 채광창이 있어 마치 외계생물 같은 느낌을 준다. 이러한 괴물 같은 건축양식에 대해 시민 반대가 심했으나 낙후된 도심 재생사업이라는 취지에 공감해 수용하게 됐다. 하지만 전통적 도시경관과 극렬한 대조를 이루는 독특하고도 창의적인 형태로 전 세계인의 주목과 사랑을 받게 돼 그라츠의 상징이 됐다.

또 하나의 명물은 도심의 무르강 위에 설치한 ‘무르인젤’이라는 인공섬이다. 카페와 소공연장인 이 구조물은 조개나 강물의 소용돌이 형상을 띠면서 마치 두 사람이 서로 손을 굳게 잡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상대적으로 홀대와 소외를 받아온 강의 서쪽과 중산층이 사는 동쪽지역과의 화합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도 디자인적 독특성과 갈등 치유의 의미를 담아 단번에 세계적인 명물로 급부상했다.

천년 역사를 가진 교육문화도시인 진주는 인구 규모와 강이 흐른다는 지리적 환경까지 그라츠와 흡사하다. 여느 도시들처럼 진주도 근대화를 겪으면서 도시를 넓혀 왔다. 특히 최근의 혁신도시 등의 건설로 그 활력이 정점에 치닫고 있다. 이러한 화려함 뒤에는 원도심이나 구도심의 쇠퇴와 사회적 불균형과 갈등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다행히 최근 지하상가 리모델링, 진주대첩기념광장 및 차없는 거리조성 등의 다양한 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유의해야 할 것은 도시재생이 단순히 도시공간이나 건축물 기능을 회생하는 것으로만 성공을 거둘 수 없다는 것이다. 그라츠에서 보는 것처럼 전통의 바탕 위에서 미래지향성을 가짐으로써 도시의 정체성을 개발하고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로써 자기 색깔을 가지게 돼 도시브랜드 가치와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또한 주택, 교통인프라, 학교, 공원, 공공시설, 문화서비스, 녹지시설 등이 종합적으로 정비되고 개선돼야 한다. 이는 근린주구를 형성해 주민공동체 재활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여기에다 상업의 복원으로 지속적 생산성도 가지게 해야 한다. 진주 원도심의 재생은 이러한 종합비타민을 복용해야만 타 지역과의 균형적이고 화합된 도시모습을 고착시켜 나갈 것이다.
 
최만진(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