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건강 비결(2)
이지원(경희부부한의원 원장)
할머니의 건강 비결(2)
이지원(경희부부한의원 원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6.1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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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나의 할머니가 고령이심에도 정정한 것에는 아버지의 노력이 있다. 아버지는 내가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도 매주 한 번은 할머니를 찾아뵙는다. 요즘같이 바쁜 세상에 매주 한 번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주중에 일하고 나면 주말에는 쉬어야 하고, 주말이나 야간에도 휴일 없이 일하는 사람도 많으니 말이다.

아버지는 일부러 우편물 주소를 할머니집으로 등록해두고 매주 찾아가서 밀린 우편물도 확인하고 같이 식사를 하신다. 시골이라 집배원이 우편물을 전달하러 집 마당까지 오게 되므로 할머니가 만나는 사람이 한 명 더 늘어나게 된다. 또 할머니도 이런저런 우편물을 꺼내 읽어보기도 하며 할 일이 하나 더 늘어나게 된다.

동의보감 신형문(身形門)에는 ‘50세에는 간기(肝氣)가 쇠하기 시작하여 눈이 어두워지고, 60세에는 심기(心氣)가 쇠하기 시작하여 자주 슬퍼하고 눕기를 좋아하며, 70세에는 비기(脾氣)가 허하여 피부가 마르고, 80세에는 폐기(肺氣)가 쇠하여 말할 때 실수를 자주 한다’는 구절이 있다. 심기(心氣)라는 것은 신(神), 즉 쉽게 말하면 정신을 간직하고 있는 것인데, 이것이 쇠하면 사소한 일이나 말 한마디에도 슬퍼지고 마음이 약해지고, 자꾸만 염려하게 되는 노파심도 생기게 된다.

노파심(老婆心)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노파, 즉 할머니의 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인데, 동의보감에 의하면 그것도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 나이 많은 부모님이 다 큰 자식에게 ‘차 조심해라, 밥은 잘 챙겨 먹어라’ 등 이래라저래라 잔소리를 해도 부모님의 걱정하는 마음을 읽어야 할 것이다.

쇠하는 심기를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동의보감 신문(神門)에는 ‘심(心)을 고요히 하면 원기가 든든해져 온갖 병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오래 살 수 있다. 만약 한 생각이라도 떠올라 신(神)이 밖으로 달려나가면 기는 안에서 흩어지고(중략) 대개 즐거운 마음으로 심을 기르면 질병이 생기지 않으니 이것이 심을 다스리는 법이다’ 라고 하였다. 즉 즐거운 마음과 고요한 마음을 간직하는 것이 심기를 기르는 방법이다.

심기를 기르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본인 스스로 할 일이지만 주변 사람의 관심이 많은 도움이 된다. 오늘 하루는 부모님의 심기에 즐거운 마음이 더해지도록 반가운 전화 한 통을 드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지원(경희부부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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