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코스모스
푸르른 하늘을 이고
혹, 누구를 기다리느냐!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최종천(시인)
약속도 없이 피어나 무작정 흔들리고 있는 저 가녀린 꽃대. 창공에 맞닿은 코스모스 꽃잎이 온통 가을로 차 있다. 기다림의 미학과 아날로그 시대의 애틋함이 묻어나는 디카시다. 사람이 사람을 기다린다는 말속에는 설렘과 그리움이 가득 차 있을 것만 같다. 손편지를 들고 우체통을 찾거나 동전으로 공중전화 박스를 맴돌았던 그때 그 시절! 가슴 졸이며 누군가를 기다리다 들켜버린 어린 소녀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이다. 수줍어 어쩔 줄 모르는 소녀의 ‘순정’ 말이다.
스마트폰 하나로 족한 세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는 세상에서 너나 할 것 없이 다급하다. 그러니 가을 코스모스를 기다리다 못해 오뉴월 길가엔 최근 노란 코스모스가 지천이다.
/ 천융희《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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