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사고의 전환
이시중(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항공기계과 교수)
[객원칼럼] 사고의 전환
이시중(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항공기계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06.18 0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시중(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항공기계과 교수)


작년 초 한국 이세돌 9단과의 바둑으로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알파고가 현재 세계 최고 강자라고 불리는 중국의 커제 9단을 물리치고 얼마 전에 은퇴했다고 한다.

어떤 과학자가 바둑판에서 돌을 놓을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수학적으로 계산했더니, 10의 170승 정도가 나왔다고 하니 바둑이 얼마나 변화가 많은 게임인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바둑은 집을 많이 짓는 쪽이 이기는 게임이므로 흑백 서로가 여러 가지 경우의 수 중 가장 이길 확률이 높은 착점을 찾아가는 과정의 연속이 된다. 컴퓨터가 인간을 이긴다는 것은 아직 요원하다고 믿었던 필자에게 이세돌 기사의 패배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컴퓨터와 바둑을 두어봤던 필자의 경험으로 컴퓨터의 기력을 평가하자면 국지적으로 전개되는 초반부의 경우 정석이라 일컬어지는 다양한 수들이 컴퓨터에 저장돼 있어 그런대로 바둑의 틀이 유지되지만, 점차 전체적인 대국상황을 고려한 착점이 이뤄지는 단계에 들어가면서 컴퓨터는 점차 이해 못할 수들을 두어가다 자멸하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다음 한 수를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상황분석(누가 더 집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과정으로 형세판단이라고 함)을 통한 평가를 어떻게 정량화할 것인가. 변화무쌍한 바둑의 수를 시뮬레이션하고 각 수에 대한 평가를 거쳐 착점을 결정하는 과정이 알파고에서는 어떠한 알고리즘으로 구현됐을까. 프로기사가 착점을 정하는 것처럼 생각해 다음 수를 결정하는 알고리즘이 완성될 수 있을까.

인간은 바둑의 다음 수를 행마법(돌의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입장에서 돌들이 나아가는 방향에 맞게 결정하게 됨)을 고려해 각 수마다 나름의 논리를 부여하며 결정해 나간다. 그런데 알파고는 고수들이 둔 기존의 대국을 국지적으로 패턴화한 자료를 바탕으로 어떤 수가 가장 승률을 높일 수 있는가를 검색해 착점을 결정한다고 한다. 인간은 각 상황에서 지금까지의 경험과 행마를 바탕으로 가장 효율적인 착점을 찾아가지만 알파고는 기존 자료검색으로부터 승률이 높은 수를 결정해 나간다는 것이다.

필자는 알파고의 알고리즘이 전문기사와 같은 방식으로 결정한다고 생각했기에 사람의 복잡한 사고과정을 어떻게 알고리즘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의심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집을 많이 확보하면 승리하는 바둑이라는 게임의 본질을 간파하고 기존의 많은 자료를 검색해 승률이 높은 수를 결정한다고 생각하니 알파고의 알고리즘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둑을 대하는 인간의 사고방식을 벗어버리고 승률이 높은 점을 검색하는 것으로 문제의 답을 찾아가는 사고의 전환으로 알고리즘을 구현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세상을 바라볼 때 때로는 완전히 다르게 전환된 사고로 접근함으로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음을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구글에서는 알파고를 단지 ‘바둑 소프트웨어’로 개발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바둑은 단지 알파고의 알고리즘을 시험하기 위해 삼은 무대였다고 한다.


이시중(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항공기계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