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대한민국]6.25전쟁과 맥아더 장군
[증언:대한민국]6.25전쟁과 맥아더 장군
  • 경남일보
  • 승인 2017.06.18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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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일영(언론인·진주문화예술재단 부이사장)
6.25전쟁 발발 67주년이 되는 유월이다. 해마다 유월이면 전쟁을 떠올리게 된다. 전쟁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일까. 중국 춘추시대 사상가 노자는 ‘군대가 주둔한 곳에는 가시덤불이 자라고, 대군이 지나간 뒤에는 반드시 흉년이 든다.’고 했다. 전쟁은 인류가 피해야 할 무서운 재앙으로 모든 것을 황폐화한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는 고조선과 한나라 전쟁부터 수나라 당나라와의 전쟁, 대몽항쟁,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6.25전쟁 등 많은 전쟁을 겪어왔다. 이 가운데서도 동족상잔의 비극 6.25는 아직도 꺼지지 않은 큰 불씨로 남아 휴전선을 경계로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다.

이런 겨레의 재앙 6.25를 경남일보는 어떻게 직시했을까. 당시 유엔군 총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1880~1964)의 결정적 해임 사유가 된 장군의 만주폭격 등 중국에 대한 전면전 주장이 담긴 성명서와 관련한 1951년 4월 3일과 4일 이틀에 걸쳐 나눠 실은 긴 사설이 눈길을 끈다.

전쟁은 북한군에 밀려 낙동강 전선을 마지막 방어선으로 반격을 노리고 있을 때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1950년 9월 15일 전세를 역전시킨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으로 압록강과 두만강까지 수복했으나 38선 이북 진격을 경고해 오던 중공군의 개입으로 다시 물러서 38선에 전선이 형성되고 있었다.

진주는 같은 해 7월 31일 북한군의 손에 떨어졌다가 인천상륙작전 9일 만인 9월 24일 북한군의 점령에서 벗어났으나 지리산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공비가 출몰하고 있었다.

사설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3월 24일 한국전선 시찰에 앞서 발표된 맥아더 원수의 성명은 미국 내와 국련(유엔) 측 및 세계 각국에 커다란 충돌을 주었을 뿐더러 매우 주목시되고 있다.”며 성명을 인용하고 있다. 성명은 “만약 국련군이 중국 내륙의 군사기지와 해안 지역을 공격하기를 결정한다면 중공은 도저히 근대전을 전개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 결과는 중공군에 있어서 가장 비참한 것이 될 것”이라고 언명하고 “중공 측의 국련 가입 및 대만문제 등의 정치적 문제는 제외하고 언제든지 전선에서 전투사령관 상호간에 정전에 관한 상의를 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표시”해 휴전을 지지함과 동시에 “38선을 넘느냐 못 넘느냐 하는 것은 전략상의 문제”라는 요지였다.

사설은 이에 대해 미국 국무성이 “만일 성명대로 국련군이 행동한다면 3차전(제3차 세계대전)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그와 같은 성명을 발표할 때에는 국무성 당국의 사전 승낙을 받은 후에 발표하라.”는 것과 미 국방장관이 “38선을 넘는 문제에 대해서는 맥아더 원수가 군사상의 작전 필요에 응하여 38선을 돌파하고 진격할 것이나 정치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대목을 각각 소개하며 맥아더 사령부와 미 정부 사이에 한국 전란 문제 해결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음을 지적하고 이로 인한 국제적 파장을 우려했다.

사설은 ‘38선 정지’대해서도 “38선 돌파시민대회 및 38선 정지설 배격과 국토통일 촉진에 대한 결의를 전 세계에 표명하여 대한민국의 태도를 선명했다.”고 들고 “중공 오랑캐와 김일성 도배를 철저히 격멸함으로써 한만(韓滿)쪽 편까지 축출하는 것과 국토통일 완수하는 것 외에 이에 대한 어떤 해결책도 국민은 원치 않고 있다.”며 맥아더의 성명이 한국 전쟁을 단시일 내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장군의 과감한 결단력에 심심한 경의를 표하며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끝을 맺고 있다. 이른바 맥아더의 만주폭격, 중국 해안 봉쇄, 38선 진격 등을 강력히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경남일보는 이보다 앞서 38선 정지설에 대해 ‘한국 전란의 정치적 해결 방도 도모, 국련군 38선서 진격 정지(1951년 2월 4일)’, ‘38선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비봉산록에 물결치는 아우성, 38선 정지 국민배격대회(2월 20일)’, ‘수만 시민 운집하, 남북통일에 진양의 의기 충천, 38선 돌파 국민 총궐기대회(3월 17일)’, ‘조국의 완전 통일 기필 성취 염원(3월 25일)’ 등의 국민대회 등을 통해 일찍부터 맥아더의 38선 진격을 지지하고 있었다.

 
1951년 2월4일 경남일보



그러나 맥아더는 전쟁을 한반도에 국한 시키고 제3차 세계대전을 두려워 한 해리 트루먼 미 대통령과의 갈등 끝에 사설이 나간 1주일 만인 4월 11일 해임되고 말았다.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질 뿐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맥아더는 1962년 미국을 방문한 김종필과의 면담에서 “한국이 하루 빨리 통일되기를 바란다. 나는 한국이 통일될 때까지 죽을 수 없다.”며 “한국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만주 폭격을 주장했으며, 한국전쟁의 휴전에 있어서 미국은 잘못을 저질렀다.”고 회고 했다. 그의 주장처럼 지금도 노년들은 중공군이 들어왔을 때 만주 폭격을 했더라면 대한민국 지도는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아쉬움을 떨치지 못한다.

그는 또 1950년 12월 흥남철수작전을 통해 자유를 얻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오늘의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가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올라타고 북한을 벗어나 거제에 내리게 한 작전 명령자이기도 하다.

장일영 전문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1951년 2월20일 경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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