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7.06.2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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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00억 올리는 ‘유타 컵밥’
‘컵 밥 먹고 황금 변을 봐라(Eat cupbop, poop gold).’



‘컵 밥 먹고 황금 변을 봐라(Eat cupbop, poop gold).’ 길가에 세워진 노란색 트럭에 이런 우스꽝스러운 문구가 보이고 그 앞에 남녀노소 미국인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광경은 미국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는 이제 생소하지가 않다. 메뉴는 ‘B-bop(불고기밥)’ ‘Hot-bop(제육덮밥)’ ‘Noodle-bop(잡채밥)’ 등. 1∼10단계까지 구분된 매운맛 소스가 뿌려진 ‘컵밥’이다. 지난해 연 매출 100억 원을 올린, 한국인 유학생 세 사람이 공동으로 창업한 푸드 트럭 업체 ‘유타컵밥’이다. 유타 주에서 가장 핫하다는 푸드트럭 ‘컵밥’의 공동창업자들은 송정훈(37). 김종근(42).박지형(31) 공동대표다. 노량진 시장에서 파는 컵 밥을 벤치마킹하여 중고 트럭을 구입해 푸드 트럭으로 출발한지 2년 만에 매출이 20만 달러를 올리고 있다.



그 우스꽝스런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보란 듯이 거리를 활보하질 않나, 푸드트럭이 무슨 비보잉 무대인양 음악에 맞춰 고성을 지르고 춤까지 춰가며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가 하면, 푸드트럭을 몰고 고객 집 앞까지 찾아가 그 가족들과 친구들을 불러 동네잔치를 벌이기도 한다. 3만 명에 가까운 SNS 팔로우에 동호회까지 생겨 유타주의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형성되고 있다. 2013년 5월 중고 트럭 한 대로 시작한 ‘컵밥’은 창업 2년 만에 유타 주 전역을 누비는 푸드트럭 네 대를 비롯해 축구장, 농구장, 미식축구장 등 운동 경기장에 자체 부스 9곳, 투고(TOGO)전문 레스토랑 2곳 등 짧은 시간에 눈부신 성장을 일궜다. 매출도 껑충 뛰어 현재 푸드트럭 4대에서만 월 2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릴 만큼 성공을 이뤄냈다.

 

푸드트럭 ‘컵밥’의 공동창업자들 송정훈(37). 김종근(42).박지형(31) 대표.



한국에서 꽤 유명한 힙합 댄서로 활동했던 송정훈씨와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김종근씨, 성악 전공자인 박지형씨는 10여 년 전 유타에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으로 왔었다. 삼국지의 유비·관우·장비만큼이나 개성 제 각각이었던 세사람은 미국에서 만나 삼국지의 그들처럼 도원의 결의를 맺는다. 2005년 미국 유학길에 오른 송정훈 대표는 웨이터 일을 하며 요식업에 대한 꿈을 키웠다. 푸드 트럭 아이디어를 처음 낸 건 후배 박지형 사장이었다. 둘은 현지 한식·일식당 조리사로 일하던 김종근 사장을 파트너로 끌어들였다. 노량진 컵밥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같이 보고는 3명의 사장과 아내들까지 6명이 밤이면 애들을 재워놓고 로고와 레시피를 짰다. 2013년 5월 1일 처음 트럭을 끌고 나왔다. 처음에는 위기와 고난의 연속이었다. 보수적인 유타 주 사람들이 음식 냄새만 맡고는 버리기도 했다. 요식업자가 가정집에서 조리하면 안 된다는 규정조차 몰라 이웃 주민에게 신고를 당한 일도 있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유타 컵밥은 푸드 트럭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2015년 야후가 선정한 ‘톱 27 푸드 트럭’에 선정되었다. 한식으로는 최초로 미국 프로농구(NBA) 스타디움에 입점해 햄버거, 타코 등을 제치고 13개 경기장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다.
 

푸드트럭 ‘컵밥’을 들고 환하게 미소짓는 현지인들.


그들이 지금처럼 유명세를 얻게 된 가장 큰 계기는 한 달에 한 번씩 SNS 팔로우 중 한명을 선정해 푸드 트럭을 집으로 몰고 가 그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무료로 컵밥을 제공하면서부터다. 당첨된 이들은 ‘컵밥이 우리 집에 왔다’며 SNS에 이를 올렸고 이에 대해 사람들은 댓글로 부러움과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단박에 컵밥은 인기절정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컵밥은 급기야 유타 주 최대 로컬TV 출연은 물론 지역신문과 잡지에도 대서특필 되면서 열풍을 이어가게 된다. 이들 세 대표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는 변신과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네 번째 푸드 트럭인 한국식 타코 ‘코타코’를 새로이 런칭하였다. 이 코타코는 한 달에 한 번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집을 찾아가 그 앞에서 장사를 하고 그날 수익 전부를 그들에게 기부하는 아름다운 스토리를 펼쳐나가고 있다.

/경상대학교 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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