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선진학교를 가다<하>
북유럽 선진학교를 가다<하>
  • 강민중
  • 승인 2017.06.2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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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중심 수업의 필요성 재확인
▲ 에스토니아 교육은 4차산업혁명시대 코딩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모여서 비봇(Beebot)을 사용해 명령어를 입력하며 영어 단어를 찾아가고 있는 수업을 하고 있다.


◇에스토니아 ‘4차산업혁명시대 코딩교육에 집중’

에스토니아는 소프트웨어교육과 수학, 과학과의 융합을 통해 급속히 성장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에스토니아의 교육정책이 실제 수업 현장에서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실제 소프트웨어교육과 교과가 융합된 수업의 모습은 어떠한지. 교사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증은 더욱 늘어만 갔다.

마침 Tallinna Kristiine Gumnaasium 학교 탐방 중 학생들이 모여서 복도에서 비봇(Beebot)을 사용해 명령어를 입력하며 영어 단어를 찾아가고 있는 수업을 볼 수 있었다. “무엇을 하는 수업일까. 왜 이렇게 수업을 하고 있는 것일까” 3학년의 수업시간을 마치고 교사와 인터뷰를 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수업이 특이한데 무슨 수업인가.

▲3학년 영어수업이다. 이 학생들은 3학년에 들어서서 처음으로 영어를 배우는데 오늘은 영어를 처음 배울 때 익혔던 단어를 다시 떠올려 보게 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서 비봇과 그림 자료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영어 수업인데 왜 비봇(Beebot)을 사용하는 건가.

▲무엇보다 흥미롭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pink가 에스토니아어로 뭐지요” 라고 묻고 “분홍입니다” 라고 답하는 수업에는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비봇을 이용하게 되면 표현을 실제로 적용해 볼 수 있고 표현을 어떻게 쓰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실제 영어는 생각하며 동시에 사용해야 하고 그 표현이 상대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학생들은 모둠지어 활동하고 협력할 수 있다. 서로 협력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간단하게 활동을 소개해 달라.

▲오늘은 사람들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려주는 표현을 학습한다. 먼저 지도에 8~12개 단어를 쓰고 비봇이 원하는 단어를 거쳐 가려면 앞으로 나가야 할지 왼쪽으로 돌아갈지 등을 생각해야 한다. 학생들은 이 단어가 뭔지 알고 있다. 코끼리, 해 그들에게 별로 어려운 단어가 아니다. 제가 누군가에게 오렌지에서 출발해서 저기까지 가는 복잡한 길을 설명하라고 하며 학생들은 앞으로 갈지 왼쪽으로 갈지 오른쪽으로 갈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비봇’에게 생각한 대로 프로그래밍 해야한다. 이렇게 하면 논리적인 사고를 기를 수 있다.

 
▲ 에스토니아 Tallinna Kristiine Gumnaasium 3학년 교사가 비봇을 활용한 영어수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항상 이렇게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수업을 하나.

▲이러한 수업도구를 매시간 이용하지는 않고 때때로 이용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다. 그게 더 흥미롭고 재미있다. 때로는 컴퓨터를 이용해 가족이나 집에 대한 표현 또 취미활동 등에 대해 학습한다. 오늘은 이 방법을 써 봤다. 영어를 처음 배울 때 중요한 점은 이론에 대해 학습하기 보다는 흥미를 가지고 실제로 사용해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학년에서는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적용해 가르치나.

▲저학년에서는 그림 자료를 이용했지만 고학년에게는 실제 지도를 이용해 유럽에서 다른 장소까지 가는 길을 프로그래밍 해보게 할 수 있다. 교사는 자신이 가르치려는 것을 어떻게 하면 보다 흥미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인지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수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어떻게 하면 흥미 있게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한다. 단순히 앉아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는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과목을 더욱 흥미롭게 가르치기 위해 우리는 비봇, 컴퓨터 등 다른 여러 방법들을 사용한다.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것으로는 QR코드를 활용한다. 활동을 QR코드로 만들어서 다양한 곳에 붙여서 학생들이 폰을 이용해서 코드를 읽어서 질문이 무엇이지 확인하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흥미가 있을 때 학생들이 스스로 배우기를 원하고 이 장소에 있기를 원한다. 흥미는 매우 중요하다. 학생들이 흥미가 있을 때 교사도 가르치는 것이 흥미로워지기 때문이다.

 
 


물론 수업의 한 부분과 한 교사의 인터뷰를 통해 에스토니아 교육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에스토니아 교육이 추구하는 바가 수업에 어떻게 녹아 들어가 있는지를 살짝 옅볼 수 있는 기회는 되지 않았나 싶다.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등장하며 강조한 단어는 흥미와 협력이다. 지금 우리 경남교육이 나아가고 있는 배움중심수업의 가치들이다. 배움은 학생의 자발성이 기초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학생의 흥미를 이끌어 내기 위해 삶과 연결지어 수업을 구성해나가는 에스토니아 교사의 모습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도내 교사의 모습이 오버랩 됨을 느꼈다. ‘지금 잘 가고 있구나.’ ‘지금 우리가 추구해나가는 배움에 대한 가치가 나라와 인종을 떠나 선진국 모두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일치하구나.’ 라는 것을 확인했다.

◇북유럽 교육…경남교육 적용 모색

북유럽 3국의 교육기관을 탐방하면서 그들의 교육발전 과정이 결코 우리나라 교육발전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만 나라의 복지정책, 대학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생각 등의 모습 등에서 넘을 수 없는 차이점들이 발견되었지만, 북유럽 3국의 교육과정, 수업, 평가의 운영 방향에서 배운점 등을 바탕으로 도내 교육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들이 모색됐다.

첫번째가 협동과 공생을 지향하는 교육과정 운영이다. 학교는 다양한 능력과 배경을 가진 학생들의 배려하고 협동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나눔과 배움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 다문화 학생, 장애 학생들까지도 함께 교육을 하기위해 배려하는 그들의 교육철학을 배워햐 할 것이다.

두번째는 앎과 삶이 연계되는 교육과정 운영이다. 북유럽 학교에서는 교사에 따라 수업 내용이 다른 것이 일반적이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지식은 학생의 삶과 연계되는 것이므로 개별 교사가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전문성과 자율성이 필요했다. 단위수업시간의 수업내용도 학생의 능력과 수준에 맞게 학생의 생활과 연계된 학습자 중심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세번째는 한 아이도 소외되지 않는 성장중심 평가다. 북유럽 국가의 학교에서는 평가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었으며, 학력은 교사에 의해 수시로 파악돼 그때마다 적절한 피드백이 주어지고 있었다. 교사가 학생의 학습상태에 대한 분석 및 조언 등을 서술식으로 작성해 평가하고 이를 학생, 학부모는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다.

이번 북유럽 학교를 탐방하는 연수를 통해 우리 경남교육도 이미 북유럽 국가가 실시하는 방향과 큰 흐름이 일맥상통함을 느낄 수 있었다. 경남교육에 불고 있는 배움중심의 철학과 가치에 대한 인식 전환과 추진되는 정책들을 통해서 배움중심수업의 정착이 탄탄하게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김경미 경남교육청 초등교육과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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