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의 딜레마
이웅호(경남과기대 경제학과 교수)
[경일포럼]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의 딜레마
이웅호(경남과기대 경제학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06.2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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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50일에 맞춰 노동계에서는 ‘6·30 사회적 총파업’을 선언했다. 핵심사안 중 하나가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이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임금은 양면성을 가진다. 근로자의 입장에서 임금은 소득의 원천으로 삶의 터전이 된다. 그러나 기업의 입장에서 임금은 생산비에 포함되므로 이의 극소화는 이윤극대화를 위한 필요조건이다. 특히 최저임금은 성장과 복지의 양날로 맞물려 사회적 갈등이 더욱 심화된다. 즉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은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로 전전하는 저임금 근로자들에게 박수를 받을 것이다.

문제는 중소기업의 생산비 부담이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6470원에서 2020년까지 54.5% 인상한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이렇게 되면 근로자의 임금이 월평균 162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인상돼 중소기업은 인건비 부담액이 매년 81조5000억원이 늘어나 가격경쟁력을 상실해 존립 자체를 위협받게 된다. 국내의 한 연구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50% 인상되면 전체 근로자 임금은 30% 정도 상승하게 될 것으로 추정한다. 이렇게 될 경우 고용은 4.5% 감소해 실업자가 120만명 정도 증가하게 돼 실업률이 4~8% 정도 올라갈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를 보면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취약계층 고용을 감소시켜 이들의 생존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세계 주요국가 가운데 결코 낮지 않다는 것도 지적된다. OECD 국가 중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나라는 독일로 시간당 1만4174원이고 프랑스 1만2178원, 영국 9673원, 미국 8141원, 일본 8034원, 한국 6470원 수준이다. 그러나 이를 1인당 국민소득과 최저임금을 상대 비교한 ‘국민소득 대비 최저임금 지표’는 우리나라를 100으로 볼 때 독일 140.2, 프랑스 133.5 영국 117.8로 우리보다 높지만, 일본과 미국은 각각 89.6, 69.3으로 우리보다 낮아 우리가 8위권 수준이다. 만약 정부의 공약대로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상승한다면 다른 조건이 같은 경우 우리의 ‘국민소득대비 최저임금 지표’는 150이 돼 독일보다도 높아 세계 1위 수준이 될 것이다. 더욱이 OECD의 대부분 국가는 최저임금에 상여금, 연월차수당, 연말보너스, 휴가비 등이 모두 포함돼 있는 데 반해 우리는 기본급과 고정수당만 인정되므로 과소 책정된다는 점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지역과 업종에 관계없이 최저임금이 동일하다. 2016년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실질임금은 가장 낮은 제주도(234만1000원)가 가장 높은 울산광역시(389만5000원)의 60.1%에 불과하다. 또한 1인분에 10만원이 넘는 고급식당과 한 그릇에 4000∼5000원에 불과한 분식집이 동일한 최저임금을 지급한다는 것도 형평에도 맞지 않다. 일본의 경우 지역별·산업별로 최저임금을 따로 설정, 지역노동자의 생계비, 유사직종 근로자의 임금, 사업장의 지급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한다. 물론 최저임금의 차등화는 지역인력 유출의 부작용도 없지 않지만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효율적인 고용기회 확대를 위하여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중소기업 보호·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출발한 문재인 정부가 저임금 근로자의 보호라는 명분으로 공약한 ‘최저임금 1만원’ 정책이 중소기업의 생존기반을 위협해 취약계층의 일자리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최저임금 1만원의 딜레마’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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