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사랑하라
김임숙(진주의료재단 이사장)
거꾸로 사랑하라
김임숙(진주의료재단 이사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6.2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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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숙

얼마 전 한 초등학교에서, 유명인사의 자제들이 ‘왕따’ 사건의 가해자가 되어 항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일이 있었다. 물론 자세히 보자면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초등학생 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이,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 왕따를 시켜야 되고 우정을 나누어야 하는 대상이 밟고 일어나야 하는 상대가 되어버린 세상 탓도 있을 것이다.

가난을 벗어나는 것만이 지상과제였던 시절에 비해 많은 문제가 해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살기 어렵다.”는 말을 뱉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왜 그런 것일까? 뜬 구름 잡는 소리라 여길지도 모르지만, 필자는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은 ‘사랑’의 부재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냥 사랑이 아니라, ‘거꾸로 사랑’하는 것이 지금 필요하다. 그렇다면 거꾸로 사랑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주체의 변화: 낮아져서 사랑하라.

사랑의 주체인 나 자신의 인식을 달리 할 때, ‘거꾸로 하는 사랑’은 시작된다. 우리 대부분은 사랑 받은 경험이 있다. 그 때 우리는 마치 왕자와 공주가 된 것처럼 행복함을 느낀다. 이는 상대가 나를 위해 자신을 낮추기 때문이다. 교만하고 잘난 척 하기 바쁜 사람은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 자기가 낮아지는 순간이 자존심 상해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사랑에 빠지게 되면 누구나 다 내려놓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갑자기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지고 상대가 너무 귀하게 느껴진다.

“너와 나는 평등해, 다를 바가 없어.” 라는 말은 “너와 나는 별 관계가 없어.”라는 말과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길 원하면서 고고하고 도도하길 바란다면 이는 사랑이 될 수 없다. 자신이 낮아지지 않고 “사랑을 베풀었다.”고 떳떳하게 말하는 것은 위선이며 자기자랑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이라도 변화시키는 사랑은, 자신이 낮아질 때 일어난다.

대상의 변화: 사랑할 수 없을수록 사랑하라.

다음은 사랑하는 대상을 ‘거꾸로’ 인식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훌륭하다고 칭송받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자신을 희생하고 물질을 투자한다. 하지만 추하고 별 볼일 없는 사람을 위해서 진정으로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랑의 대상만이 아니라 그 양상도 맥락이 같다. 우리는 진정 아끼는 것을 씻길 때는 더러운 곳일수록 더 깨끗하게 만들어주고 싶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눈에 보이는 것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냄새나고 불결한 곳은 피하고 싶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 사랑받기 부족함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쉽다. 그리고 그의 사랑스러운 모습만을 사랑하는 것은 아무 것도 바꾸지 못 한다. 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사람, 나에게 상처준 사람,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을, 더구나 그런 사람의 추하고 부족한 모습까지도 받아들일 때 그 사랑은 의미를 가진다. 거꾸로 사랑하는 것은 누군가에게서 사랑의 이유를 도저히 찾을 수 없을 때, 사랑의 의욕이 불타오르는 것이다.

방법의 변화: 역설적으로 사랑하라.

마지막은 세상과는 다른 가치관으로 사랑하는 것이다. 사람은 모든 사람과 동일한 수준으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지 않는다. 어쩌면 깊고 중요한 사이일수록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로 이루어져 있다. 나에게 특별한 사람은, 세상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행동들로 감동을 준 사람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순간의 기억으로부터 진정한 위로와 행복을 얻는다.

세상의 논리와 방법대로 관계를 맺으면 어떠한 특별한 관계도 형성될 수 없다. 의미 있는 존재가 되려면 세상과는 달라야 한다. 불가능한 사랑을 할 때, 나는 상대에게 특별한 존재로 남는다. 기존의 상식은 뒤집어져야 되고 거꾸로 되어야 한다. 회사의 회장이 청소 아주머니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정치인이 여느 국민 한 사람 앞이라도 무릎을 꿇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일어날 거라고 믿지 않는 사랑이 늘비할 때 세상은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

가난한 모든 사람들의 어머니인 마더 테레사는 “나는 내가 아픔을 느낄 만큼 사랑하면 아픔은 사라지고, 더 큰 사랑만이 생겨난다는 역설을 발견했다.”라고 말했다. 사랑은 이렇듯 늘 예상을 벗어난다. 문자 그대로 역설적이다. 하지만 세상 그 어떤 가치보다도 위대한 힘을 가진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 축복이 주어져,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지식이 있고 부가 있고 능력이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그것을 이용하여 남들보다 낮아져야 한다. 그리고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을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방법으로 사랑하자. 그렇게 사랑의 힘을 믿고 실천할 때, 세상에는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우리 거꾸로 사랑해 보자.

 

 

김임숙(진주의료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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