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77> 경기 포천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77> 경기 포천
  • 경남일보
  • 승인 2017.06.1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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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가 가까워 오는 날 새벽어둠을 가르는 서울시내 길은 뻥 뚤려 있으니 금방 시내를 빠져나갈 수 있어 구리 퇴계원을 지나 47번 국도를 달리다가 왕숙천을 가로지르는 부평IC교 앞에서 좌회전하여 98번 도로를 따라 조금 가다 남양주의 봉선사를 먼저 찾는다. 봉선사는 동서남북으로 있는 우리나라의 5대 명산인 금강산 구월산 지리산 묘향산 한가운데 있는 운악산 기슭의 천년고찰로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 본사이다. 969년 법인국사 탄문이 운악사를 창건했는데, 조선 예종 1년에 세조의 위업을 기리고 가까이 있는 광릉을 보호하기 위해 세조의 비 정희왕후 윤씨가 89칸 규모로 중창하여 봉선사라고 고쳐 불렀단다. 절 안에는 보물 제397호로 지정된 범종과 칠성탱화 독성탱화 오층탑 등이 있는데, 칠성탱화와 독성탱화는 1902년 동대문 밖에서 폐사된 원흥사에서 옮겨온 것이고, 절문 밖 부도밭에는 보운당 부도, 운허스님 부도 및 부도비 등과 함께 춘원 이광수의 추모비가 서 있어 눈길을 끈다.
 
 


이제 500년을 잘 가꾸어온 숲 국립수목원이 있는 포천이다. 국립수목원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하고 거대한 크기의 원시 자연 공간으로 1100㏊의 드넓은 공간에 조성된 모두 15개 구역의 전문수목원과 산림동물원, 산림박물관과 전용표본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280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는 전문수목원은 침엽수원 활엽수원 관엽수원 외국식물원 등 종류별로 나뉘는 수목원의 중심공간이고, 멸종위기동물의 유전자를 보호하고 연구하는 기능의 동물원에는 세계적 희귀동물인 백두산 호랑이 세 마리를 비롯하여 늑대와 천연 반달곰, 독수리 등의 귀한 동물들이 최적의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다음은 아프리카의 이색적인 문화와 다양한 체험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인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이다. 이곳에는 아프리카의 각종 민속공연을 비롯하여 전시 축제 등이 진행되며,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아프리카 문화를 주제로 한 복합 문화공간이다. 탄자니아 케냐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대륙의 약 30개국 150여 부족에게서 수집한 3000여 점의 유물과 예술작품 및 민예품을 소장하는 박물관과 야외전시장을 비롯하여 공연장 체험학습장 산책로와 연못 등이 조성되어 있어 아프리카의 성인식 혼인식 장례식 등의 제례의식과 왕실 및 족장에 관련된 유물 등을 볼 수 있으며, 하루 3회에 걸쳐 웨 구로 베테 게레 아산테 부족 등의 춤 공연을 선보이기도 한다.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을 나와 43번 국도를 따라 포천시내를 거쳐 포천아트밸리로 향한다. 포천의 자랑거리 중 하나로 꼽히는 포천석은 품질과 빛깔이 우수하여 전국의 공사현장에서 인기를 끄는데, 청와대 영빈관의 18개 돌기둥 중 전면 돌기둥 4개가 포천석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익산의 황등석, 거창의 거창석 등과 더불어 국내 3대 화강석에 드는 포천석은 국내외 어디 산에 비해서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 포천에는 지금도 채석장이 많은데, 그 중 30여 년 동안 방치됐던 폐채석장을 다듬어 교육전시센터 돌문화홍보전시관 야외공연장 천문과학관 천주호 조각공원 모노레일 등을 설치하고, 기획전시 주말공연 등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관람객을 맞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 포천아트밸리는 우주과학 등의 체험명소로 유명하다.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와 모여드는 사람들에 밀려 산정호수로 향한다. 점심때를 넘겨 밀려오는 시장기에 먼저 식당부터 찾는다. 포천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음식은 이동막걸리와 이동갈비를 생각했는데 궁예가든을 찾아 주문을 하려니 이동갈비는 수입산이라니 어쩔 수 없이 쌈밥을 주문했다. 김치 나물 등의 기본 찬과 제육볶음 된장찌개 그리고 다양한 쌈을 차려주는데 보기도 좋고 맛도 좋아 신선한 쌈을 더 청해가며 맛있게 실컷 먹었다.

차는 식당 앞에 두고 국민관광지 산정호수로 향한다. 아름다운 호수뿐 아니라 명성산 망봉산 망무봉 등 주변의 크고 작은 산봉우리들이 호수와 어울려 절경을 이룬다. 호수를 휘 감싸고 있는 둘레길은 걸으면 걷는 내내 호수가 시선 안에 있어 산정호수의 진면목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길이지만 완주하지 못해 아쉽다. 이름도 예쁜 산정호수의 역사를 더듬어 보니, 일제강점기 1925년 영북영농조합의 관계용 저수지로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축조한 호수인데, 산 속에 있는 우물이란 뜻으로 산정호수라는 이름이 붙었다.

 
 


주차장 입구에 자리한 포천갤러리 왼편으로 낙천지폭포를 거쳐 김일성 별장으로 바로 올라가는 가파른 길이 있고, 오른쪽 음식점 거리를 따라 오르면 해발 363m의 망봉산 자락을 따라 산정호수 제방으로 오르는 숲길은 시멘트길이지만 울창한 활엽수 군락이 펼쳐져 제법 운치를 느낄 수 있다. 여기서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를 촬영한 대성 참도가 세트장과 궁예기마상 등을 만날 수 있었는데, 궁예를 주제로 한 축제에서 얼음 위를 가로질러, 허리가 휘도록 말달리자 등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포천 운악산 자락에 전통술박물관산사원도 있다. 안팎으로 술에 관한 한 모든 것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술과 관련된 궁금증은 여기서 모두 해소할 수 있다. 김씨 부인 양주기, 산사원 미니 양조장, 시음 마당까지 돌아보면 술에 대해서는 완전히 정복할 수 있고, 담양 소쇄원 광풍각을 닮은 취선각 앞에 서면 주당 아니라도 벗어날 수 없는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탁주 약주 증류주 과실주 등을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시음할 수 있으며, 시중에서 맛볼 수 없는 제철원료를 사용해 한정량만 빚은 세시주가 특히 인기 있고, 안주 삼아 맛보는 술지게미 과자도 별미라 산사원은 둘러보는 짜임새 있는 술 문화기행에 술을 마시지 않아도 취기가 오른다.

길 막힘을 두려워하며 서둘러 시내를 가로질러 옛 추억이 있는 부천 까치울의 이재옥추어탕으로 갔다. 조금 이른 저녁시간임에도 홀 안은 손님으로 가득한 식당에 자리하여 남원추어탕 세트메뉴를 주문하니, 갓김치 쌈 나물 부추 생강 등에 청양고추 양파 참기름 깨소금을 넣어 살짝 무쳐내어 짭조름한 맛을 내는 조개젓까지 즐기며 보기 좋은 장어양념구이를 맛있게 먹고, 갈치속젓과 고추 하나 쏙 집어 입에 넣어 느끼함을 없앤 추어튀김을 맛본 후, 걸쭉하게 진국인 추어탕과 곱슬곱슬한 돌솥밥에 누룽지까지 흠뻑 취하고 경기 포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진주고등학교 교사

 
봉선사 일주문

국립수목원

전통술박물관사원
포천아트밸리
조각공원
쌈밥
천주호
산정호수
추어탕과 돌솥밥
추어탕 세트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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