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마을교육공동체의 의미와 성공조건
김정섭(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경일포럼] 마을교육공동체의 의미와 성공조건
김정섭(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06.2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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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을교육공동체가 널리 확산되고 있다. 마을교육공동체는 2012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하였으며 수도권인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꿈의 학교나 마을학교라고 불리기도 한다. 경기도교육연구원에서 주도한 연구에 따르면, 마을교육공동체는 ‘마을이 아이들을 키우는 것,’ ‘마을이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는 것,’ ‘아이들을 마을의 주인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라는 세 가지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마을교육공동체는 학교, 지역주민, 교육청, 지자체 등이 학생들의 교육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형식의 교육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3월에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행하는 <이슈와 논점> 제1269호에 ‘마을교육공동체의 운영 현황 및 개선 과제’에 대한 보고서가 게재되었는데, 이것은 국회도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음을 보여준다. 서울, 전남, 경기도 등의 지역자치구에서는 관련 조례를 만들어 적용하면서 마을교육공동체 형성에 앞장서고 있다.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은 학교교육을 혁신하는데 앞장 서왔고 꿈의 학교 사업을 추진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으므로 새 교육부총리가 된다면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을 전국으로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다.

마을교육공동체는 첫째, 학생들이 학습의 주체로서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둘째, 지역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충족해야 성공할 수 있다. 먼저, 기존 학교교육의 다양한 문제는 교사가 수업을 못한다는 것보다 학생들이 학습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다는 데서 야기된 것들이다. 마을교육공동체는 학생들의 삶과 학교 교육과정을 연계시키기 위해 국가로부터 인가를 받은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학생들이 학습의 중심에 서도록 돕는 방식으로 수업할 것을 권장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입시지옥 현상은 학생을 학교에 가두어두고 학생의 삶과 공부를 분리시킨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이들의 배움과 삶을 연계시키는 마을교육공동체는 학생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길이 될 것이다. 따라서 마을교육공동체는 학교와 마을이 함께 참여하여 학생들의 학습을 위한 체험터를 개발하고 이를 자유학기제에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마을교육공동체의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둘째 요인은 ‘경쟁보다 협력’을 강조하는 것이다. 공동체는 구성원들 사이에 경쟁이 아니라 협력할 때 만들어지고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신자유주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대다수의 교육행정가 및 교사들은 경쟁이 학생들의 학력을 신장시키는 최고의 길이라고 믿고 있다. 이러한 신념을 버리지 않은 상태에서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될 수 있으므로 협력만이 우리 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는 신념이 먼저 공유되어야 한다.

그 동안 학교와 지역사회가 서로 분리되어 있었는데, 마을교육공동체는 교육협동조합 또는 마을학교협동조합을 만들어 학부모가 아니어도 학교의 다양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학부모는 자녀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한시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한계가 있지만, 협동조합을 통해 지역 주민과 학교가 서로 협력하는 것은 마을교육공동체가 오랫동안 지속할 기회의 문을 열어줄 것이다.

마을교육공동체는 마을에서 자라고 배운 학생들이 마을의 민주시민(마을의 주인)이 되도록 키우는 목적을 가지고 있으므로 전국의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한국병을 치유하는 새로운 길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우수한 인재들이 빠져나가는 경상남도와 부산지역보다 수도권에서 마을교육공동체를 먼저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경상남도와 부산광역시는 이제부터라도 마을교육공동체가 형성되도록 지원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김정섭(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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