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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3 (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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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28  23:3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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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3 (428)

저렇게 동네 아이들과 사귀어서 놀로 있는 건 모전여전의 사회성으로 안심해도 좋을 상태다. 지켜보는 동안 주전멤버는 아니고 그저 아이들이 뛰어가는 방향으로 저도 몰려서 따라가는 정도였지만 기죽어서 축 늘어져 있지 않고 유쾌한 웃음도 따라 웃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이 방심한 틈에 깡통을 뺏아 차다가 덜미를 잡혀 빼앗기고도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며 호호호 웃는 모습이 또래 아이들과 별로 차이나지 않는 평범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보였다.

양지는 잠시 지금 데리고 가면 저런 기회는 없을 게 뻔한데 얼마 쯤 더 놀게 둔 다음에 손을 내밀어야 되나 뜸을 들였다. 그 사이 쭈삣쭈삣한 벼 그루가 삭아가는 들판을 가로질러 깡통차기를 하던 아이들이 뛰어가기 시작했다. 앞선 아이가 향하는 쪽 산기슭에서 무어라 소리 지르며 어서 오라고 신호를 보내는 아이 두엇이 보였다. 뒤쳐진 또래들과 같이 주영이도 그쪽으로 달려간다. 양지도 바람만바람만 아이들의 뒤를 따랐다.

자그마한 둔덕에 이르자 아이들은 보이지 않고 작은 산개울이 가로질러 나왔다. 어젯밤에 들었던 봄개구리 소리처럼 목소리만 들리는 아이들의 흔적을 찾아 여기저기를 둘러보는데 커다란 바위너덜이 포개진 틈 아래로 빠끔하게 열려있는 공터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있는 게 보였다.

가까이로 옮겨가 바위 뒤에 몸을 숨기니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 환히 내려다보였다. 불을 피워서 무언가를 구운 모양 아직도 실연기가 피어오르는 모닥불 속에서 아이들은 무언가를 집어내들고 신나게 냠냠 뜯어먹고 있었다. 참 대견한 어울림이다. 어릴 때 양지 자신이 언니들과 어울려 콩이나 밀 서리를 해먹던 기억이 난 양지는 참 대견한 어울림이란 생각으로 무리 속에 섞여있는 주영을 찾았다. 주영이도 그들과 같이 무언가를 추켜들고 맛있게 아작아작 씹어 먹고 있다.

무리 없이 동화되어있는 주영의 모습이 고맙고 기특해서 눈물이 솟구칠 것 같은 찰나 양지는 경악한 눈을 크게 뜬 채 다시 한 번 뚫어지게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이 먹는 것은 마치 만세 부르듯 사지를 쭉쭉 뻗은 개구리구이였다.

따뜻한 물웅덩이에 오글오글 모여서 밤낮으로 짝짓기 노래를 부르던 것들인데 저 모양의 최후를 맞는다. 그러나 다음 순간 더 놀랍게 양지의 눈길을 끈 것은 무리들 중에서 단연 키가 커 보이는 아이들 두엇이 서로 먹기를 탐하며 시시덕거리는 허리띠 모양의 긴 물체였다. 말할 것도 없이 아직 겨울잠을 깨지도 않은 뱀을 돌 틈에서 잡아내서 구운 것이 분명했다.

양지는 그날 아이들이 다 떠나도록 그 곳에 남아있었다. 아직도 저런 놀이와 먹거리 장난이 이어지고 있었다니. 무엇보다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는 주영이 고마웠다. 야생적이고 원시적인 놀이를 하고 있지만 건강만 유지한다면 그 나름으로 인생학습은 제대로 하고 있는 셈이 될 터였다. 애틋한 감정을 안고 돌아왔지만 무심코 다른 일을 하던 중에도 개구리 다리를 들고 맛나게 먹던 주영의 모습을 떠올리면 절로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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