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성배 시인이 시산문집 ‘미안하다’를 펴냈다. 아이들, 아내, 직장 동료까지 매일 부대끼며 함께 지내는 이들에게 전하는 편지다.
‘미안하다/ 눈 뜨면 다가와 있는 이 아침이,/ 오늘, 이 아침이 미안하다/ 공장 기계들 이른 아침을 깨우는/ 햇살이 퍼진다/ 너와 나 사이 골고루 퍼진다/ 어제 동료 앞에/ 햇살 그 푸근함을 말하는/ 내 입이 거칠구나 (하략)’(‘미안하다’)
그는 공장 폐쇄 발표를 듣던 날부터 불안한 미래 앞에 내동댕이쳐진 스스로를 발견한다. 그의 시와 산문은 그 자체를 담고 있다. 밥이 불안하고부터 숨 쉬는 공기가 불안하고, 편안해야 할 잠자리가 불안했던 것이다. 표 시인은 열심히 일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지난 시간마저 불안한 시간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는 자신의 경험이자 동료의 심정임을 그는 숨기지 않는다. 심지어 그가 살아온 삶 전부를 부정하게 만드는 경험이라고 말한다. 노동자라면 누구나 한 번은 겪는 경험이라고도 전한다.
‘밥. 우리가 공장폐쇄라는 당면한 문제 앞에 두려운 것은 밥, 밥 때문이다. 밥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밥은 모든 것으로 통하게도 하고, 모든 것을 벽처럼 막기도 한다. 밥은 그래서 전지전능하다. 사람을 웃게 만들 수도 울게 만들 수도 있는 밥, 밥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나 밥 앞에 무릎 꿇지 않을 수 없다.’
표 시인은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많은 노동자들의 삶을 다 표현 해 내지는 못하지만, 직접 겪고 부대꼈던 일들을 짧은 산문과 시를 곁들여 묶은 시선집이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가장을 둔 가족, 나란히 식탁에 앉아 밥을 먹었던 동료의 빈 자리 등을 얽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표성배 시인은 의령 출생, 1995년 제6회 ‘마창노련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전에 펴낸 시집으로는 ‘아침 햇살이 그립다’, ‘기찬 날’, ‘기계라도 따뜻하게’ 등이 있다.
김귀현기자 k2@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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