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경남혁신도시와 영천강
[현장칼럼] 경남혁신도시와 영천강
  • 최창민
  • 승인 2017.06.29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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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민(취재부장)
유튜브를 검색하면 일반인들이 강에서 기발한 방법으로 각종 물고기를 잡는 장면이 나온다. 물축꾸리라는 예명의 주인공은 주말에 강과 바다로 나가 통발과 낚싯대를 이용해 대물장어나 2m에 가까운 초어를 잡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올린다. 도구는 낚시, 통발뿐만 아니라 페트병이나 나무토막, 된장, 돼지비계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하면서도 큰 장어나 게, 가자미 등 물고기를 잡아낸다.

이들이 큰 물고기를 잡는 영상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그 상황에 빠져들어 ‘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긴다.

산촌에 살면서 이런 경험을 누렸던 이에게는 기억의 편린을 더듬는 계기가 되고 도회지에 살아서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한 이들은 신기함에 빠져든다. 호기심은 단순히 물고기를 잡는 것 외에도 주말에 시골 야외로 나가서 즐겁게 노는 황홀한 상상을 하는 데까지 연결된다.

과거 물이 깨끗했던 시절, 산촌의 강가 아침 저녁에는 사람들이 주낙과 통발을 놓아 장어나 메기를 잡는 풍경을 흔히 볼수 있었다. 빈한했기에 큰 물고기를 잡았을 때는 짜릿하다못해 왠지 모를 행복감까지 들었다.

최근 진주 남강줄기인 영천강 풍경을 내려다 본적이 있다. 강에는 누치가 물살을 거슬러 오르고 있었다. 산란철인지 서로 좋은 위치를 차지하기위해 영역다툼을 하면서 물 위로 뛰어 오르기도 하고 쫓기도, 쫓겨 가기도했다.

며칠이 지난 후 영천강에 다시 갔다. 신발을 벗은 채 물풀과 초록의 갯버들이 늘어진 여울을 지나, 센 물살이 만든 자갈무덤에 올라선 뒤 큰 바위가 있는 강어귀 목좋은 곳에다 통발을 놓았다. 시골된장을 미끼로 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안개가 낀 이튿날 새벽, 부리나케 강으로 달려갔다. 어떤 물고기가 잡혔을까 설레는 마음에 새벽잠을 설친 후였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손바닥 만한 크기의 동사리와 꺽지가 잡혀 있었다. 며칠전 봤던 누치는 눈치를 챘는지 들어있지 않았다. 실망했지만 그래도 강에 동사리와 꺽지가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다만 아쉬움은 영천강물이 너무 더럽다는 것이다. 하룻밤 사이인데 통발 안에는 상류에서 떠내려 온 온갖 쓰레기와 물이끼가 찰싹 달라붙어있었다. 주변에는 고장난 자전거와 폐타이어가 강바닥에 있었으며 얼핏 봐도 검은 빛의 물은 수질이 좋지 않았다.

영천강은 고성군 영현면 인근 산에서 발원해 혁신도시를 관통한 뒤 남강에 합류한다. 중·하류지역의 농업과 축산업 등으로 각종 농약이나 유기물이 강으로 유입된다. 이런 이유로 강에는 물고기들이 많이 살지 못한다.

경남혁신도시는 상주인구 5만여 명을 목표로 현재 1만5000여 명이 입주해 살고 있다. 강에는 습지도 있고 둔치에는 놀이공원 체육시설 휴식 공간이 많아 주민들이 애용하고 있다.

이런 영천강을 혁신도시의 위상에 맞게 수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라도 지역주민들과 지자체가 함께 나서 강을 깨끗히 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강이 깨끗해지고 더 많은 물고기가 살면 사람도 살기좋은 청정한 도시가 될 것이다.

 
최창민(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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