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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3 (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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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29  23: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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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3 (429)

그러나 심중에 벼르는 일은 계기만 생기면 다시 표면으로 떠오른다. 고종오빠의 목장에서 일하던 양지는 팔려간 어미 소를 찾아 목메게 울부짖고 헤매는 송아지를 달래다 불현 듯 다시 주영을 데리러 간다.

두 번째로 마을에 도착한 양지는 역시 잘 왔구나 싶은 기막힌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마을 앞에서 떠들썩하게 뛰놀던 동네 아이들 모습은 보이지 않고 마을은 왠지 인적 없이 괴괴했다. 말로만 들은 주영이네 고모 집을 찾아가던 양지는 어느 골목의 돌담 모퉁이를 돌다 발길을 우뚝 멈추었다. 심심한 주영이 손에 든 꼬챙이로 손장난을 하며 혼자 놀고 있는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주영은 손에 든 꼬챙이로 무언가를 자꾸 내려치다가 그도 성에 안차는지 옆에 있던 굵은 몽둥이를 찾아 들더니 심술스런 웃음을 히죽히죽 웃으며 힘주어서 쿡쿡 대상을 찌르고 때리는 동작을 계속한다. 괴이하고 심술스럽게 표정까지 바꾸어가며 집요한 공격을 하는데 그 대상이 무엇인가. 한 발짝 앞으로 나서던 양지는 다시 뒤로 물러서 몸을 숨겼다. 움머어, 하며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일어서는 소와함께 등장하며 왁살스런 주먹으로 주영의 머리통을 후려치는 여자가 있었다.

“야 이년아. 또 여게 나와서 죄 없는 짐승은 와 해코지하고 그라노!”

소리치는 여자는 양지도 안면이 있는 주영의 고모였다. 여자는 울상을 짓고 웅크리는 주영에게로 빨래가 든 대야를 왈칵 밀어안기며 표독스럽게 내질렀다.

“까마귀 괴기를 삶아 처먹고 내질렀는지, 행망쩍기는 내가 몇 번이나 말해야 되노. 땟물이 쏙 빠지게 안 빨아오믄 밥상머리 앉을 생각도 말아라. 알았나?”

빨랫대야를 들고 끄덕끄덕 물가로 가는 주영은 손등으로 훔친 눈물을 제 옷으로 닦기를 거듭했다. 전날과 판이한 정황에 양지는 잘 왔구나 싶었다. 저번처럼 내버려두고는 절대 그냥 돌아가지 않으리라 결심도 굳혔다.

봇도랑가의 빨래터에 앉은 주영은 빨래를 물에 담그고 흔든다. 보아하니 주영의 옷이며 양말이고 걸레다. 맨손으로 찬물에다 빨래를 씻던 아이는 손을 입에 대고 호오호 따뜻하게 불기도 한다. 어제 저녁 세탁기로 작업복을 씻었던 깐으로 양지의 눈에는 애처롭기 이를 데 없는 행동이다. 마침내 양지는 주영이 앞으로 나섰다.

“주영아.”

아이가 놀랄까봐 조심스럽게 기척을 냈는데도 깜짝 놀란 주영이 양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누구인가를 확인한 아이는 되레 얼굴을 숨기고 돌아앉았다. 너무 뜻밖의 동작이라 당황한 양지는 정면으로 주영을 들여다보며 마주 앉았다.

“주영아. 이모다. 너 서울 이모 알지?”

양지가 끌어안았지만 아이는 좀체 앵돌아진 차가움으로 굳힌 몸을 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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