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28)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28)
  • 경남일보
  • 승인 2017.06.2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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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박경리 동상, 그리고 북유럽 이야기(6)
 


 

핀란드 헬싱키에서 초호화 유람선 ‘실자라인’을 타고 스웨덴의 스톡홀름으로 이동했다. 전체 길이 212미터, 폭 29미터, 최대 2800여명의 승객을 수용할 수 있는 배다. 다섯 개의 바, 다양한 레스토랑, 어린이 놀이방, 회의실, 사우나, 부티크와 면세 백화점을 포함하고 있다. 백야를 달리고 달리지만 가는지 오는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지도를 보면 스톡홀름까지 오는 과정에 섬들이 많지 않은 듯했으나 밤새도록 내다보고 내다봐도 섬이고 어둠이고 달이다. 해상의 섬들을 다 모아 만국회의를 하는 듯했다.


밤 열시에 해가 지고 새벽 4시에 해가 뜬다. 백야를 실감하며 좀체 잠이 들지 않았다. 필자는 10여년전 경상대 인문대 교수 세미나 참석을 위해 교수 40여명이 부산에서 대마도 가는 배를 탄 일이 있었다. 그날 바다 파도가 5미터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별일이 있겠는가 하고 적이 걱정하며 조심스런 대화로 바다 가운데로 들어갔다. 그러나 배는 흔들리고 파도는 배를 집어 삼키듯이 날뛰며 길길이 뛰었다. 옆으로 바라보는 파도는 적어도 배 높이 10미터 이상으로 솟아서 배안을 들여다 보며 낄낄거리는 것 같았다. 교수중에 덩치가 큰 사람 수준으로 멀미를 앓고 나가 떨어졌다. 필자는 무용과 교수들과 더불어 체력을 지켰다.

그런 경험이 있어서 이 실자라인도 혹 태풍 앞에 놓이는 것 아닐까, 하고 잠들지 못하는 것이었다. 실자라인은 그러나 안전한 리듬으로 항해했다. 창쪽으로 내다보며 달이 계속 따라오며 필자의 말 동무가 되어 핀란드와 스웨덴 사이의 오랜 파도와 역사를 다독거리는 무언의 말로 소근거려 주었다.

실자라인은 무사히 스웨덴 스톡홀름 항구에 닿았다. 선상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전용차량으로 호반의 도시 칼스타트로 이동했다. 우리는 지금 스웨덴을 통과하고 있지만 스웨덴 관광을 하는 차례가 아니어서 주마간산 노르웨이 국경으로가서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지역으로 들어섰다. 필자는 여기서부터 노르웨이 최고의 명작인 입센의 희곡 ‘페르귄트’를 떠올리는 것이었다. 아울러 그 작품의 조곡인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을 떠올리고 이어 그 한 부분인 ‘솔베이지의 노래’를 흥얼거렸다.

필자는 노르웨이 하면 입센의 ‘인형의 집’과 ‘페르귄트’에서 벗어나 생각할 수 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 필자는 차라리 혼자서는 문학기행을 하면서 다닌 것이었다. 그러므로 노르웨이 전역을 3개 거점으로 잡고 여행의 길에 들어서 있는 것이다. 첫 번째 거점은 작품의 주인공인 페르귄트의 전설상의 고향인 빈스트라이고, 두 번째 거점은 그 작품을 쓴 입센의 활동 지역인 오슬로(수도)이고, 세 번째 거점은 거기 음악을 붙여 세계적으로 명작이 되게 한 작곡가 그리그의 고향 베르겐(30만 인구의 아름다운 항구, 제2의 도시)이다.

필자에게 노르웨이는 입센과 ‘솔베이지의 노래’로 북구여정 최고의 정점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는 사적인 대학시절의 학교신문 칼럼 ‘음악이 있는 에세이’가 추억의 자리에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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