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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 플러스 <173>여수 금오산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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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29  23: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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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거북처럼 생긴 금오산 향일암 일대. 왼쪽 마을이 임포마을, 그 옆이 거북이 머리이다.

금오산은 전국에 서너 곳이 있다. 구미 금오산(金烏山·976m)은 고려 말 충신 야은 길재가 조선건국을 계기로 말년에 낙향해 스스로 자신을 ‘금오산인’이라 칭하며 기거한 곳이다. 산 입구에 야은이 생전 고사리로 연명하며 후학을 양성한 것을 기리기 위해 후손들이 백이·숙제 관련 고사를 빌어 와 채미정을 세웠다. 고려의 쇠락과 조선건국의 역사적 격동기에도 자신의 국가관을 정립한 그는 이런 시를 남겼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하동 금오산(金鰲山·849m)은 일출을 정면에서 맞을 수 있다 해서 오행의 하나인 ‘금(金)’과 한자 큰 자라 ‘오(鰲)’를 써 금오산으로 불렀다. 이를테면 ‘태양을 정면으로 맞이하는 큰자라 형상’이다.

이번에 찾아가는 전남 여수 돌산도의 금오산(金鰲山)이 하동 금오산과 비슷한 전설을 갖고 있다. 경전을 등에 지고 바다 속으로 막 잠수해 들어가는 금거북이의 형상이라 한다. 각각 태양과 바다로 향한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남해안 섬 최남단지역으로 높이 323m이며 국내 최고의 일출광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특이한 것은 향일암 뒷편 산봉우리에는 거북등에 있는 육각형무늬가 상당히 넓은 지역에 분포해 있다. 이는 금거북전설을 설득력 있게 하는 형상이다.

산허리에 명찰 향일암을 품고 있다. 향일암은 낙산사 홍연암, 금산 보리암, 강화도 보문암과 함께 4대 기도처로 이름났다. 그래서 한때 ‘거북 구’를 써 영구암이라 부른 적이 있고 현재 영구암이란 편액이 남아 있다고.

이 암자 대웅전에서 왼쪽 아래로 내려다보면 금거북형상이라는 것을 확연히 알수 있다. 바다 쪽 야트막한 봉우리가 머리, 향일암이 있는 곳이 거북의 몸체, 거북의 왼쪽어깨에 해당하는 곳에 임포마을이 있다.

 
   
▲ 금오산 최고의 등산로인 암릉길


▲등산로; 여수 돌산읍 금성리 성두주차장(율림치)→196m봉우리→성터→풍력발전소 옆→금오산(금오봉)→임포삼거리→금오산전망대→향일암→주차장, 율림치 회귀.



▲율림치라고 부르는 성두주차장에서 출발한다. 행정구역상 여수시 돌산읍 율림리와 금성리 사이의 돌산도 봉황(460m)과 금오산(323m)을 잇는 능선 중간에 해당하는 고개이다. 율림재 또는 성두치라고도 부른다.

차량 30여대 규모의 주차장이 있고 작은 팔각정 매점 화장실 등이 있다. 바다풍경은 동쪽 율림리 일대와 밤섬이 바로 앞에 보인다. 오른쪽 바다 쪽이 금오산, 반대편이 봉황산이다.

오전 10시, 금오봉 1.2㎞, 향일암 2.9㎞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발길을 옮긴다. 아침부터 햇살에 달궈진 아스팔트주차장을 벗어나 숲으로 들어가면 신기하게도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더위가 싹 가신다. 녹색수목의 자연이 인간에게 내어주는 마법과도 같은 정결함이다. 길은 야트막한 능선으로 이어진다.

능선을 지나고 숲을 빠져나와 하늘이 뚫린 곳으로 나가면 제일 먼저 대형풍력발전소가 나타난다. ‘웅∼웅’거리며 돌아가는 소리가 사람들에게 위압감을 준다. 그만큼 프로펠러가 크다. 멀리서만 봤던 풍력발전소의 위용을 한 몸에 느낄 수 있다. 전기를 얼마나 생산하는지, 경제성이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 발전소에 10m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데 웅웅거리는 소리는 계속 커져서 바람을 가르고 땅을 울린다. 언뜻 산새와 산짐승들이 살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숲은 아스팔트로보다 온도가 낮아 시원한 느낌이다.
   
▲ 풍력발전소


등산로는 무슨 이유로 언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는 고색의 성터를 따라간다.

오전 11시, 금오산 금오봉(323m)에 닿는다. 나무들 때문에 전망은 없다. 오히려 이 봉우리에서 내려와 능선을 타다가 등산로 옆으로 살짝 벗어나면 바다로 향한 시원한 전망대가 서너개 나온다. 남서쪽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은 화태도, 월호도, 대횡간도, 소횡간도, 금오도, 개도이다. 한려수도와 올망졸망한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정상에서 10여분 정도 지나면 비교적 평탄했던 길이 이때부터 달라진다. 높거나 낮은 바위, 기묘하거나 비범한 바위들의 연속이다.

등산로는 10여m높이의 부채꼴 형태를 한 암벽 옆으로 지나간다. 정상으로 올라갈 수도 있지만 위험하기 때문에 옆의 정상적인 길을 따르면 된다. 금오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다. 곧이어 암릉으로 된 봉우리가 나온다. 이 지점에서 회사동아리로 보이는 등산객들을 만났다.

오전 11시 35분, 짙었던 수목이 점차 줄어들면서 등산로의 하늘이 밝아지더니 바위산의 위용이 드러난다. 전망대에 서면 전방 200도에 달하는 바다가 바람과 함께 가슴에 안긴다.

금거북의 산이라는 증거는 발바닥 밑에서 찾을 수 있다. 이곳의 바위들이 육각형의 거북이 등껍질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지질학적으로 섬의 생성과정에서 발생한 화학작용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데 뭇사람들은 이곳의 지형과 관련지어 금거북형상이라는 그럴듯한 전설을 탄생시켰다.

금거북의 왼쪽어깨에 해당하는 지역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임포마을에는 70세대 200여명이 산다. 거북이가 바다로 들어가는 형상이어서 장수하는 거북이를 상징하여 마을 이름을 장성포라 불렀다. 왜구들이 이 마을에서 거북이처럼 힘센 장사가 태어날 것 같다하여 이를 막기 위해 거북이를 잡을 때 사용하는 깨를 의미하는 들깨 ‘임(荏)’자를 붙여서 임포마을로 붙였다 한다. 정말 그랬다면 지명을 바꾸는 것도 생각해 볼일이다.

 
   
▲ 향일암 원통보전


향일암 닿기 전 시야가 트인 기묘한 바위지대를 통과한다. 촛대바위, 기둥바위 등 기이한 형상의 바위들이 짙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다. 설악산에 있는 흔들바위보다 조금 작은 흔들바위는 힘이 센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누구나 흔들어도 똑같이 흔들린다. 바위형태가 경전을 펼친 모습인데 흔들면 공덕이 있다 한다. 이 외에도 이곳에는 왕관바위, 경전바위, 학사모바위, 부처바위 등이 아름다운 경관을 구성한다. 바위가 많다보니 서로 얼개를 이룬 바위틈 혹은 동굴이 7개나 된다. 이를 모두 통과하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낮 12시, 2개의 바위틈을 지나 향일암에 닿는다. 낙산사의 홍연암, 남해 금산 보리암, 강화도 보문암과 함께 우리나라 4대 관음기도처 가운데 하나로 그야말로 최고의 자리에 위치해 있다.

644년 백제 의자왕 4년 신라의 원효대사가 창건해 원통암이라 불렀다. 고려 광종 9년(958)에 윤필거사가 금오암으로, 조선 숙종 41년 (1715년)에 인묵대사가 향일암이라 개칭했다.

최고의 일출명소로 12월 31일에서 1월 1일까지 향일암 일출제가 열린다. 지리적으로 암릉과 수목, 원통보전을 비롯한 당우들의 배치가 자연스러워 눈에 거슬림이 없다.

오후 1시, 하산 길은 차량이 오가는 시멘트길이다. 이곳에서 만난 중년의 신사들은 경주 포항 화성에서 왔다고 했다. 건축 자재업을 하는 그들 3명은 경주친구들로 보였는데 목에 건 카메라를 보더니 ‘사진 한 장 찍어 달라’며 명함을 내밀었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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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명산 금오산 암릉줄기를 걷고 있는 여수지역 산악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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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등처럼 생긴 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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