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3 (431)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3 (431)
  • 경남일보
  • 승인 2017.07.0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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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3 (431)

“이보세요!”

양지도 소리 지르며 얼른 주영을 끌어안아 일으켰다. 훌쩍거리며 안겨드는 주영을 품에 안고 양지는 사정하듯 말했다.

“고모님 심정이 어떨지 저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어린애가 무슨 잘못이 있습니꺼. 고모님 부담도 더시게 할 겸 아이는 제가 데리고 갈게요.”

“고양이 쥐 생각하고 있네. 없이요. 델꼬 가도 지가 와서 데꼬 가제 와 제 삼자가 나서요?”

“삼자라고요? 제가 주영이 이몬 줄 아시잖아요.”

“가망 없소. 지 년이 와서 싹싹 빌어도 원이 풀릴까 말깐데 이기 워요? 우리가 그리 시르죽은 이만도 몬 하단 말이요 뭐요? 당장 안 돌아가모 언나 유괴범이라꼬 경찰에 신고할끼요.”

형편 좋을 때, 잠시 맡겨놓았던 아이를 데려가듯 예의 차리고 순리적으로 안 될 줄은 알았고 또 역지사지해보면 상대방의 이런 이유를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다. 아이를 생각해서 어른들이 한 발 양보해서 아이만이라도 데려가게 해달라고 사정했으나, 양지가 선선히 단념하고 돌아서지 않는 한 빼앗기지 않으려는 쪽이나 뺏으려는 쪽이 되어 실랑이는 좀체 탸협 되지 않았다. 그렇게 왈가왈부하는 동안에 동네 사람들이 하나 둘 구경을 나왔고 기고만장해진 주영의 고모는 전날에 품었던 호남에 대한 흠결까지 들추어내며 양지를 망신시켰다. 암, 그거는 경우가 아니지. 어쩌고 하는 동네 사람들의 비난도 나왔다.

양지는 나쁜 짓한 강아지처럼 덜미잡혀가는 주영의 뒷모습만 바라보다 돌아와야 했다. 친엄마가 아닌 이상 더 우기고 다툴 수 있는 명분이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양지는 호남이 일하는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호남은 며칠 전에 다른 데로 옮겼다는 말만 돌아왔다. 제 새끼가 어떤 처지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전한다 한들 호남은 아직 어쩔 수 없다할지 모른다. 헛걸음질만 하고 돌아 온 양지는 일손을 잡지 못했다. 더 감시하고 욱대기는 어른의 횡포에 주눅 들어 벌벌 떨고 있는 주영의 환영 때문에 편한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어쩌다 선잠이라도 들면 흉기에 찔리거나 바위언덕에서 굴러 떨어지는 꿈을 꾸다 놀라 깨기도 했다. 방어능력하나 없는 어린아이를 적지에 두고 온 듯 불안 심리는 깊은 물가에다 배밀이 아기라도 방치해두고 온 것 이상이었다.

제 마음이 시키는 대로 양지는 차근차근 주영을 데리고 와서 같이 살 준비를 하면서 지금은 아니라던 호남의 말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밥그릇과 국그릇은 물론 이불과 베개 등은 물론 혼자 있을 때는 없어도 괜찮았던 물건들이 아이 식구라고 해서 결코 만만한 게 아니었다. 갖출 것 다 갖추어놓고 데려오겠다는 제 엄마만은 못해도 주영이 마음 붙이는데 서글픔 적게는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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