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수리온’ 구매에 왜 소극적인가
문병기(사천취재부장)
[현장칼럼] ‘수리온’ 구매에 왜 소극적인가
문병기(사천취재부장)
  • 문병기
  • 승인 2017.07.0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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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하늘에 국산 비행기들이 날아다니고 있다.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미국 등 항공선진국들은 동경의 대상일 뿐, 결코 오르지 못할 나무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 꿈이 현실이 됐다. 우리 기술로, 우리 손으로 만든 초음속 비행기가 하늘을 날고, 그 비행기들이 수출로 이어지고 있다. 항공산업 발전을 염원하는 국민들의 간절한 바램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 놓았으며, 그 중심에 KAI가 있다. KAI는 국산훈련기 KT-1을 비롯해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다목적 헬기 수리온 등 단기간에 엄청난 일들을 해냈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를 넘어 항공기의 본고장인 미국에까지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그만큼 기술력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걸림돌이 생겼다. 국민안전처 산하 중앙119구조본부가 대형 다목적헬기 2대를 구매한다며 입찰공고를 냈다. 거기에는 국토교통부 외에 방사청에서 발급한 형식인증서는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비행거리와 탑승인원 등 각종 성능도 지나치게 높혀 놓았다. 얼핏 보면 수리온이 입찰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꼼수(?)를 부려놓은 것처럼 보인다.

수리온은 최악의 상황에서 작전을 펼쳐야 하는 군용 헬기로 방사청의 형식인증을 받았다. 그런 헬기가 민간 항공기들에게 발급하는 국토부의 형식인증서가 없어 입찰조차 못했다면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또 하나는 수리온에 비해 항속거리와 내부적재중량을 지나치게 높게 잡은 점도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2014년 4월16일, 전 국민을 슬픔과 충격으로 빠트린 세월호 침몰 사건을 생생히 기억할 것이다. 당시 해경이 구조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전문장비 및 구조인력 부족에다 초동대처가 늦어 많은 생명들이 목숨을 잃었다. 재난발생시 탑승인원이나 적재중량, 항속거리가 아니라 신속한 대응과 구조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국민안전처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수리온’이 어떤 헬기인가. 1조3000억 원이란 막대한 국민 혈세를 쏟아 부어 개발했다. 현재 육군과 해병대는 물론 경찰과 의무 후송 등 군 전력과 국민안전을 위해 맹활약하고 있다. 이는 이미 그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전국 19개 시·도소방본부 중 수리온을 구매한 곳은 제주소방이 유일하다. 유독 수리온이 국민안전처 등 정부로부터는 ‘서자’취급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산 헬기의 구매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운영·유지 비용이 수입산에 비해 매우 저렴하고, 신속한 정비로 가동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수리온 1대를 구매하면 일자리 창출과 관련 산업발전, 200억 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굳이 ‘애국심’을 거론할 필요는 없다. 경쟁력 있는 제품이 단지 국산이라는 이유로, 외국산에 역차별 받는 그릇된 관행은 고쳐야 한다. 국민 혈세를 들여 개발한 제품을 우리가 사주지 않는다면, 과연 어느 나라에서 우리 것을 사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겠는가. 한번쯤 깊이 고민해야 할 숙제이다.


문병기(사천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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