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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3 (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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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04  2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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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3 (432)

그런데 그날은 아침부터 이상했다. 왠지 내일이면 늦을지 모른다는 다급함이 그녀를 몰아붙여 서둘게 했다. 준비가 얼추 되었다 싶어서인지 덜미 잡혀서 끌려가던 아이가 눈에 밟혀 아침밥도 먹히지 않았다. 불현 듯 목장 일을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고 나선 양지는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었다. 수습 못하게 후회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왠지 모를 갈급함이 더욱 주영에게로 쏠리며 마음이 바빠졌다. 이 순간에도 그 아이를 덮치는 불행의 그림자는 다가가고 있을지 몰라. 마음이 부채질 되자 증폭된 불길한 예감은 양지를 다그쳤다. 어미는 뿌리다. 모근이 흔들리면 모든 가지도 갈피를 못 잡고 불안해진다. 흔들리는 것도 넘쳐서 부러질지 모르는 어린주영을 구해야한다. 주영을 저대로 두어서는 곳 아닌 곳을 이리저리 헤매다가 상처를 입고 영원히 치유 못하는 불행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잘 있는 것이려니 믿고 돌아왔던 첫 걸음 때의 후회도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대도시의 낯선 거리를 헤매고 있을 때 은인을 만나지 못했다면 자신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절박함이 양지의 행동을 더욱 재촉했다. 나 양지는, 경험 있는 어릴 때를 상기해서 분명코 어린 주영의 은인이 되어야한다. 주영의 고모가 유괴범이라고 억지 쓸 것을 대비하여 선수 쳐서 경찰을 대동하고 갈 계획도 세웠다.

아직도 병색이 남아있는 얼굴에다 얇게 화장을 하며 손거울을 들여다본다. 어머니를 생각마저 닮아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방에 들어있던 일용품들을 다시 챙겨 넣으며 벽에 걸린 겉옷을 내리던 그녀는 멍하니 벽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외투 한 벌이 덜렁 걸려있는 벽면에는 일상 용품을 걸 수 있는 못이 벌판의 말뚝처럼 몇 개 단단하게 박혀 있다. 마치 지척에다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서도 서로 손잡지 못하는 호남이네 식구들의 모습을 닮았다.

양지는 지갑을 열고 남아있는 돈을 헤아려 보았다. 고모가 때 맞춰서 어미 없는 미운 오리새끼의 옷이나 제대로 갈아 입혔을 리가 없는 것은 그 날의 언사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시장으로 가서 공주로 변신시켜 올 주영의 옷도 사고 먹일 것도 사야지. 제 생각에 고무된 양지가 막 방을 나서려는데 고종오빠가 헐레벌떡 들어섰다. 순간, 이상한 예감과 함께 양지의 전신으로 소름이 좍 끼쳤다. 언제나 침착하고 신중했던 오빠였는데 가쁜 숨을 몰아쉬며 뛰어온 듯한 경황없는 표정이 일파만파를 시사해 준다.

“전화는 와 안 받았노?”

“전화요? 세면실에 있을 때 전화벨이 울린 것 같긴 했는데 왜 무슨 일이 있습니꺼?”

“호 , 호남이 동생 여즉 소식 없제?”

또 그 애 일인가보다. 혹시 돈 때문에 저질러진 불상사는 아닐까. 양지는 아연 불안해졌다.

“서로 연락안한지 꽤 됐는데, 왜 그 애한테 또 무슨 일이 생겼어예?”

대답보다 먼저 알아차린 오빠가 낭패스러운 음성을 내뱉는다. 화급을 다투는 부자연스런 몸짓과 발걸음이 이리저리 수선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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