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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인무원려 필유근우(人無遠慮 必有近憂)
이상경(경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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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09  19: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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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봄가뭄 끝에 장마가 찾아왔다. 쩍쩍 갈라진 논바닥과 하늘만 바라보던 농업인을 생각하면 무척 반가운 단비이지만, 어떤 지역에는 한꺼번에 너무 많이 내려 홍수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여기에다 제3호 태풍 ‘난마돌’도 발생하여 더 큰 피해를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제주시는 비상체제에 돌입했다는 뉴스도 보도된다. 가뭄, 홍수, 태풍 같은 자연재해는 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불가항력이라는 게 존재한다. 하지만 미리 대비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조금만 주의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인명 피해가 해마다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하기도 한다. 실학자 박제가는 『북학의』(北學議) 병론(兵論) 편에서 “갑자기 급한 일이라도 일어나면, 비록 백배의 힘을 소비할지라도 그 일에 이익이 없을 것이니, 이것은 미리 준비하지 않은 과실이다.”라고 설파했다.

지난 7월 4일 국회에서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거점국립대학의 역할과 발전방향’이라는 주제의 포럼이 거점국립대학교총장협의회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이날 포럼은 학령인구 절벽 시대,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하고 새로운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에 부응하는 지역거점국립대의 역할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또한 대학의 자율성을 신장하고 교육ㆍ연구 경쟁력을 강화할 방안, 해당 지역의 발전을 위한 거점국립대들의 역할 등을 집중 논의했다. 특히 이날 포럼에는 국회의장,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야 간사, 서울시장, 9개 지역거점국립대학 총장, 각 거점국립대학 핵심 간부들이 직접 참석해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거점국립대의 역할에 대해 함께 논의함으로써 이날 제시된 여러 가지 의견이 앞으로 어떻게 실제 현장에 적용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병문 전 전남대 총장은 발제에서 “우리나라 국립대학의 위기의 원인은 각종 규제와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을 매개로 한 통제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대학 자율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최병호 부산대 교수는 발제에서 “거점국립대학 육성정책의 객관적 정당성을 확보하여 경쟁력을 갖춘 인재의 효과적인 육성을 통해 지역과 국가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점국립대학 육성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거점국립대학의 위기는 수도권 집중이 초래한 국가균형발전의 위기라는 지적도 나왔고, 거점국립대에 대한 인적ㆍ물적 지원을 강화할 법률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국립대학 네트워크 구축의 필요성과 방향, 이에 대한 지원 요청도 있었다. 포럼 한번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고등교육 관련 핵심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문제점과 대안을 심도 있게 논의한 것은 시사하는 바 매우 크다고 본다.

이번 포럼은 가뭄, 홍수, 태풍 같은 자연재해와 전혀 다른 사안을 다루었다. 자연재해는 아무리 대비하고 노력하더라도 불가항력적인 부분이 있다고 한다면,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바로잡는 일에 불가항력이란 있을 수 없다. 가령 대학입학 인구의 감소 문제는 이미 시간표가 나와 있다. 2016년에 태어난 아이들이 18년 뒤에 대학입학시험을 치를 것은 명약관화하다. 대졸자ㆍ고졸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 등 변수가 있겠지만 적어도 앞으로 20년 동안 예비 신입생 숫자는 확정돼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자는 『논어』(論語) 위령공 편에서 “사람이 먼 앞일까지 생각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가까운 근심이 있을 것이다.”(人無遠慮 必有近憂)라고 했다.

태풍이 언제 어디에서 발생하여 어떤 경로를 거쳐 얼마나 많은 비와 바람을 뿌릴지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에 비하면, 고등교육과 관련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발전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아주 쉽다. 지역거점국립대학들이 이번 포럼을 계기로 대학의 책무성과 공공성을 강화하고, 각 지역의 혁신과 발전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제대로 해나가게 된다면 가까운 근심은 물론 먼 앞날의 큰 걱정거리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 글이 발표될 때쯤이면 가뭄, 홍수, 태풍 모두 아무런 피해 없이 조용히 물러나 있기를 기대한다.
 
이상경(경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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