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귀나무
강천(수필가·경남문인협회 사무차장)
자귀나무
강천(수필가·경남문인협회 사무차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7.0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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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

마을 냇가에 핀 자귀나무의 발그레한 꽃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비단 수실을 펼쳐놓은 듯이 부채꼴로 올올이 피어난 꽃술을 보고 있노라니 찌뿌둥하던 마음이 저절로 맑아진다.

자귀나무라는 이름은 연장의 하나인 자귀의 손잡이를 만들어 쓰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요즈음이야 자귀를 사용할 일이 별로 없지만, 예전에는 쓰임새가 많은 공구였으니 늘 사람 곁에 있었던 나무다. 어릴 적에는 소가 잘 먹는다고 하여 ‘소쌀밥나무’라고도 불렀던 허물없는 나무이기도 하다.

자귀나무는 친숙한 만큼 이름도 많은데, 그중의 하나가 부부간의 금슬을 상징하는 ‘합환수’(合歡樹)이다. 밤이 되면 짝을 지어 마주난 잎이 반으로 접혀 서로 달라붙는 것에 빗대어 붙여진 이름이다. 이 나무를 신혼부부 가까이에 심어 놓으면 내외가 해로할 뿐만 아니라, 말린 잎이나 꽃을 베갯잇 속에다 넣어두면 바람난 지아비가 안방으로 돌아온다는 재미나는 이야기도 있다.

현대는 고독과 상실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기던 문화에서 혼자서 하는 시대로 변해간다. 대가족 해체로 회자하였던 핵가족이라는 말조차 이미 옛말이 되었다. 혼자 사는 가구가 느는 만큼 고독사하는 노인은 통계조차 잡을 수 없이 늘었다고 한다. 젊은 세대도 마찬가지다. 혼자서 밥 먹고, 혼자서 놀고, 혼자서 술도 마신다. 오죽하면 혼자 문화를 지칭하는 ‘혼밥’이나 ‘혼술’이라는 단어가 생겨나고, 그런 사람들을 위한 가게들이 들불처럼 생겼겠는가.

남의 말까지 할 것도 아니다. 손에서 전화기를 놓지 못하는 나 또한 다르지 않다. 친구와 밥을 먹다가도 수시로 전화기를 열어본다. 사람을 앞에 앉혀두고 급하지도 않은 댓글을 달고, 문자에 대한 답장을 당연한 듯이 한다. 금슬이란 ‘거문고와 비파의 음률이 썩 잘 어울린다.’는 금슬지락(琴瑟之樂)을 어원으로 한 말이다. 친구들 사이에, 부모와 자식 간에, 더하여 같은 공간,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 모두에게 필요한 ‘어울림’이 아닐까 한다.

후두두 쏟아지는 빗속에서 나를 보고 씽긋 웃어주는 자귀나무 한 그루, 이 강퍅한 마음 안에도 키워보아야겠다.

 

강천(수필가·경남문인협회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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