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프 > 연재소설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3 (435)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07.09  23:36:28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3 (435)

호남의 몸부림에 비해 모여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나 분위기는 벌써 정리단계에 있었다. 세상 어디에든 일어날 수 있는 불행한 일 하나 벌어졌다가 마무리되는 시점인 것이다. 목숨이 다한 어린애 시체 하나를 건지는 일은 이제 별스러운 호기심을 자극할 것도 없어 호남이 벌이는 슬픈 원맨쇼만 구경한다. 제 남편이었던 남자의 멱살을 잡고 같이 빠져 죽자며 물가로 끌고 가거니 버티거니 실랑이를 벌이는 젊은 내외의 비극은 잠시 잠깐 볼거리를 제공하다가, 잉태되었던 불상사는 반드시 어떤 결과를 드러내고 마는 종말을 일깨워 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양지는 자지러질 듯이 몸부림치는 호남에게 부대끼며 몸을 그저 맡기고 있다. 마음으로는 호남이를 달래야 한다, 저 진구렁에서 일으켜 세워야한다 면서도 호남에게 자신의 손이 쩍 닿는 순간 자신도 호남이와 동질의 혼령이 되어버릴까 두렵고 겁이 나서 저 먼저 호남에게 손을 내밀어서 감싸 안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미친 듯이 물로 뛰어들려다 제지하는 사람들과 실랑이를 벌이던 호남은 이제 지쳐서 울음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제 가슴과 땅바닥을 번갈아 치면서 버둥거릴 뿐이다.

양지는 어이없는 심정으로 강물을 응시했다. 갈수기라고는 하지만 생명을 앗아가는 물은 깊고 무섭다. 일 없이 듣는다면 예나 지금이나 소곤거리는 듯 다정할 물소리지만 혈육을 앗아간 물소리는 한스럽고 요사하기조차 하다. 어젯밤 그 물이 지금은 어디쯤 흘러갔는지. 너무 무심하다. 물결을 애무하듯 춤추는 윤슬도 출렁이는 물결과 어우러져 한없이 같이 흐른다. 하늘이 무너진 듯한 인간의 슬픔 따위는 아랑곳없다. 아무 일도, 참으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새싹을 일깨우는 바람만이 부드럽게 강기슭을 어루만지며 몰려다닌다.

소문 듣고 달려 온 여러 명의 마을 여자들이 호남을 에워싸고 같이 울었다. 호남의 일로 마을회관에서 보았던 동구엄마와 마늘밭 노파네 패들이었다. 어떤 노인네는 꼬질거리는 손수건에 싼 야쿠르트를 호남의 손에다 억지로 쥐어주려 애쓰기도 한다. 자신을 쫓아내기 위해 등 돌렸던 사람들이건만 호남은 꼬부라진 한 늙은이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애곡의 흐느낌을 쏟아놓는다.

“기운 내라. 아무캐도 산 사람은 사니라. 우리도 니가 밉어서 그랬던 거는 아닌데 일이 이리 되고 본께 죄지은 것 매이로 참 송구시럽다.”

마늘밭에서 동구엄마와 맞대거리로 호남을 비난하던 노파였다.

화해와 매듭은 왜 누군가의 희생을 먹고야 풀도록 장치되었는가. 참 어이없는 현상 중에는 주영을 못 데려가게 막던 주영이 고모의 변화도 있다. 표독스럽게 양지를 대했던 게 언제였나 싶게 미안스런 인상으로 눈물을 머금고 다가온 그녀도 양지 앞에서 통곡을 했다.

“주영이 이모 참말로 내가 못된 인간이요. 이리 될 줄 알았음사 즈이 이모가 되꼬간다 할 때 내가 와 반대를 해으꼬, 인자사 후회가 돼서 죽고 싶소.”

양지는 기막히게 주영의 고모가 미웠지만 어쩔 도리가 없어 같이 울었다.


 

경남일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