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보리와 맥주
송재기(경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농업연구사)
[농업이야기] 보리와 맥주
송재기(경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농업연구사)
  • 경남일보
  • 승인 2017.07.0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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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기

 

우리나라에서 보리가 재배된 시기는 약 3000년 전으로 보고 있고 조선시대 농서인 농사직설(1429년)에도 보리에 관한 기록이 있다. 국내 보리 재배면적은 1975년 76만ha 수준이었으나 정부의 보리 수매 제도가 중단된 2012년에 3만ha정도까지 줄었다가 이후 보리 소비 증가에 따라 2016년 현재 4만 7천ha 정도이다. 보리에는 비타민과 무기 성분이 풍부하고 식이섬유 함량이 높아 장의 운동과 소화를 도와 변비를 해소해 주며, 특히 심장질환, 고혈압, 당뇨병 등의 원인이 되는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베타글루칸(β-glucan)이라는 식이섬유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웰빙 식품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보리의 활용은 밥에 섞어먹는 혼반, 주정, 보리차, 엿기름, 장류, 제면, 제과 및 제빵 등으로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그리고 보리의 용도 중 하나는 맥주를 만드는 것이다.

맥주는 보리와 밀 등에 홉(Hop)을 첨가하여 효모를 발효시켜 낮은 알코올로 상쾌한 맛을 내며 유럽에서 전래되어 전 세계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과거에 맥주는 국내에서 생산된 맥주보리를 사용하여 농가에 우수한 소득원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보리는 수확기가 장마와 겹쳐 품질이 일정하지 않아 수입산 보리로 대체되어 맥주를 제조하다 보니 맥주보리 생산량이 급감하였다. 또한 기존의 주세법에서 맥주를 생산하기 위한 조건이 까다로워 개인이나 소규모 기업에서 맥주를 생산 판매하기가 어려웠다. 최근 소비자의 다양한 맥주 맛에 대한 요구와 2014년 주세법의 개정으로 소형 주류제조업이 가능해짐에 따라 하우스맥주 또는 로컬맥주로 불리는 수제맥주가 제조, 유통되고 있으며, 개인이 만들어 직접 소비하는 문화도 점차 형성되고 있다. 소규모 특화 맥주 맛에 대한 관심의 증가에 따라 차별화된 원료 생산과 공급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맥주제조용으로 사용하는 보리는 한 이삭에 씨알들이 두 줄로 형성되며, 수확 후에도 껍질이 분리되지 않는 겉보리, 즉 2조 겉보리이다. 2조 보리는 6조 보리에 비해서 씨알이 크고 단백질 함량이 낮으며 전분 함량이 높다. 맥주보리 중에서 호품, 광맥, 백호 등의 품종은 맥주제조에 우수한 특성을 가진 보리이다.

국내 맥주시장은 연간 4조원 정도이고 수제맥주 시장은 200억 원 규모이며, 향후 맥주시장에서 수제맥주의 점유율이 5년 이내에 10%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우리 보리로 만든 맥주가 세계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원료를 생산하는 농업인에게도 자부심이 고취되기를 희망한다.




송재기(경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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