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3 (436)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3 (436)
  • 경남일보
  • 승인 2017.07.0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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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4 (436)

후회해 보았자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아이를 두고 감정싸움을 한 건 평생 한이 되고도 남을 잘못이다. 따라가고 싶어 할 때 그냥 놔둘걸. 데려가게 그냥 놔둘걸. 그런 당연한 일을 왜 뒤틀며 반대를 했을지 후회하며 목이 터지게 울며 참회하라. 피가 터지게 울어도 그 애는 이제 돌아오지 못한다. 알량한 어른들의 잘못으로 어린 것만 희생 됐으니 우리 어른들은 혀를 깨물고 자결이라도 해야 된다.

제 슬픔에 겨워 있던 양지는 주영의 고모를 쏘아보며 터질 길 없이 참고 있던 슬픔과 분노를 표출한다.

“데려가게 내버려 두지, 왜 그랬어요. 어린 게 무슨 죄가 있다고 온갖 악감정을 다 실어서 나무라고 구박하고. 어른들 사이에서 아이만 희생 된 거잖아요. 꼭 그래야만 해결이 되나요. 무엇이 왜! 우리는 울 자격도 없어요. 저 물로 들어가서 시체라도 아이를 데려다 놓고 우세요. 가증스럽고 뻔뻔하네요.”

인간은 모순의 결정체다. 사람들이 이렇게 돌변할 수도 있다니. 확인된 주변 인물들의 인성에 환멸을 느낀 양지는 허적허적 현장을 떠났다. 양지 자신도 바로 인간이었다. 악을 쓰서 분풀이는 했지만 그나마 녹슬지 않은 양심은 이 자리를 떠나라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거듭해서 변신의 껍질을 벗고 뒤집어쓸지 모르는 이 모순의 영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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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을 그렇게 떠나보낸 뒤 슬픔과 자괴감에 빠져 있던 양지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일복을 바꾸어 입었다. 책임 진 일은 억지로라도 힘을 내게 하는 괴력이 되었다. 먹이를 되새김질하고, 숨을 쉬며 맑은 눈동자를 굴리는 소들의 동작에서 다시금 생명의 외경심을 느끼는 반면 산자의 도리를 일깨움 받기도 했다.

오전 일을 막 끝내 갈 무렵 오빠의 전화가 왔다.

“오후에 좀 나오지 않을래? 상의할 일이 좀 있는데.”

일머리를 아는 이의 부름이다. 틈 낼 수 없다는 핑계도 댈 수 없이 나가야 될 외출이다.

약속된 찻집에서 먼저 온 오빠가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 있으셨어요. 한가하지도 않으신 분이 찻집에서 절 다 부르시고.“

양지가 앞자리에 앉으면서 의문을 보이자 오빠는 눈길을 출입구 쪽으로 보내며 의식적으로 팔목을 들어 시계를 봤다.

“누구 만날 손님이 있으십니꺼?”

“참 그 사람도. 바쁠수록 둘러 가라꼬 나도 좀 쉬어야지. 동생하고 차도 한 잔 하고 싶었고.”

오빠는 별스럽지 않게 꾸며 대며 앞에 놓인 엽차를 입으로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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