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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6월 16일 1면 '미싱'
박은정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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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11  23: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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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재봉톨
얼마전 ‘미나미 양장점의 비밀’이라는 일본영화를 봤다. 유명 디자이너였던 할머니의 양장점을 물려받은 미나미가 유명 백화점의 브랜드 런칭을 제안받으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작품이었다. 
커다란 창을 마주보며 재봉질을 하는 미나미의 모습 너머 보이던 앤틱한 재봉틀이 잊혀지지 않는 영화였다. 
천이나 가죽 등을 ‘바느질 하는 기계’를 ‘미싱’이라고 한다. 영어 단어인 ‘소잉 머신’이 일본어를 거쳐 우리말로 정착하는 과정에서 ‘소잉’을 떼버린 ‘미싱’으로 바뀌어 굳어졌다고 한다.  
옛날 미싱을 처음 접한 우리네 여인들은 바느질 하는 기계라고 해서 ‘재봉틀’이라고도 불렀다. 우리말로 ‘틀’이라는 것은 ‘기계’를 의미하지만 경상도 지방에서는 ‘틀’ 그 자체만으로도 재봉틀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처음 재봉틀이 도입된 것은 1877년 싱거(singer) 미싱이었다. 당시 미싱을 처음 본 사람들은 마치 마술이라도 보는 양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후 이화학당의 교과목으로 재봉과 자수 수업이 등장했고 1900년대 초에는 싱거미싱 제조사에서 한국지점을 설치했다. 
재봉틀은 오랫동안 집안의 가보 같은 존재였다. 1960~7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집집마다 한대씩은 보유하고 있을 정도였다.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시절에는 혼수품에 빠지지 않는 것이 재봉틀이었다. 이미 1960년대부터 서울역 맞은편에 커다란 재봉틀 그림이 그려진 광고판이 있을 정도였다고 하니 이 물건의 중요성은 짐작하고도 남겠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길에도 재봉틀만은 챙겨 나왔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만큼 재봉틀이 집안일의 필수품이었고 또 전쟁 후 삯바느질이 가계를 꾸리는데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처럼 재봉틀은 선풍기 냉장고 세탁기에앞서 집안으로 들어온 첫 번째 모터 달린 가전이자 사치품이었다. 
1970년대 섬유산업 등 경공업이 고도성장 시기로 접어들면서 재봉틀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당시의 노동환경에 대해 묘사한 문학작품에는 노동의 고단함을 이기지 못한 여공이 졸면서 재봉틀을 돌리다가 손을 기워버리는 장면 등이 등장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새로운 전기가 된 전태일 열사 역시 생전에 평화시장에서 재봉사로 일했으며 노찻사의 노래 사계는 재봉사 여공들의 고단한 삶을 담고 있다. 
“꽃님이 시집갈 때 부라더미싱~”은 1970년대 유행했던 광고카피였다. 
그러나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문화·생활수준의 급격한 변화로 의생활에도 기성복화가 정착되어 재봉틀은 서서히 우리 일상에서 멀어지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기 시작했다. IMF가 닥치기 전까지는.
최근 재봉틀이 부활했다. 자수나 뜨개질을 배우는 공방이나 문화센터 원데이 클래스가 눈에 띄게 늘었으며 DIY(Do It Yourself) 관련 강좌도 급증하고 있다.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고 창조해 나가는 과정의 불편함을 고스란히 즐기고 그 과정을 SNS 등을 통해서 타인들과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 무엇보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창작물이라는 데 자부심을 가진다. 
오래된 제품들은 실제로 쓰이지 않더라도 고급품들은 앤틱 골동품으로서의 가치를 얻어 대접을 받고 있다. 약간 빈티지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거나 할 때도 손 때 묻는 재봉틀은 훌륭한 장식품으로 쓰이기도 한다. 
100년도 넘은 싱거미싱이 100만원도 넘는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니 집안에 잊혀진 재봉틀 하나 찾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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