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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4 (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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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12  23:5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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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4 (438)

양지는 그냥 고개만 수그렸다. 걱정 말라는 말 한 마디쯤은 해도 될 텐데 아버지와 마주 대하기만 하면 본심보다 먼저 목부터 잠겼다.

오빠가 아버지께는 쌍화차를 시켜드리고 양지에게는 커피를 자신은 설록차를 주문했다.

아버지와 오빠는 양지가 들어서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동네 이야기 등을 나누며 날라져 온 차를 마셨다.

“참 약속이 있었는데 깜빡 했네 예. 지는 그럼 먼저 좀 일어나겠십니더.”

차 마시는 일이 끝나자 오빠가 먼저 일어섰다. 자리를 비켜주기로 한 게 틀림없는 동작이다.

“차 값은 제가 내고 갈낀께 천천히 쉬었다 오시이소.”

어려운 자리에 더 있고 싶지도 않아 양지도 따라 일어서려는데 아버지도 같이 말했다.

“우리도 가야지.”

엇나간 약속에 놀란 듯 오빠가 선뜻 아버지의 기색을 살폈다. 밖으로 나온 갈림 길에서 오빠가 먼저 헤어져 간 뒤 아버지가 양지에게로 향해 섰다.

“니는 어디 가서 나랑 이배기 좀 하자.”

“아까 거기서 하시지 그랬어예.”

거기 편한 자리에서 하면 될 걸 왜 굳이 나와서란 말인가. 불만어린 양지의 기색을 읽은 아버지가 덧달았다.

“니 썽달가지를 아는데 좋은 말 안 나올 거를 내가 아니깨.”

선소리를 지른 아버지는 인적이 드문 장소를 찾아 앞서 걸었다. 무슨 복잡한 말의 서두를 찾는지 굳은 표정으로 담배를 피워 물더니 비스듬하게 몸을 돌린 채 길게 연기를 내뿜는다. 양지도 재촉하지 않고 아버지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참 어색한 분위기가 진행되었다. 아버지 특유의 성마른 태도로 피우다 만 담배를 탁 던져서 밟더니 성큼 양지 앞으로 다가섰다.

“니는 앞으로 우짤 생각이고?”

“뭘 말입니꺼?”

“요런, 호남이 저 년 꼬라지 눈으로 보면서도 그런 말이 나오나. 니 좋다카는 총각이 있었담서? 지끔이라도 안 늦었은깨 우찌 서둘러 보자. 그 성달가지로 파토낸거는 안다만 내가 나서 볼낀깨 주소나 인 내봐라.”

아버지의 서두름을 지켜보던 양지는 헛, 하고 코웃음을 흘렸다.

“지가 와 그 사람하고 헤어졌는지 압니꺼? 저는 엄마처럼 살수 없었고요. 더 결정적인 이유는”

“정남이 년 딸아?”

“아버지가 어떻게…….”

“내가 모르는 게 있는 줄 아나. 앉아서 장천이고 서서 구만리다. 언내는 델꼬 와서 내가 키우모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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