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서부경남 지역거점 공공병원 조속한 설립을 바라며
강문순(전 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여성칼럼] 서부경남 지역거점 공공병원 조속한 설립을 바라며
강문순(전 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7.1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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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진주의료원(현 경상남도 서부청사)을 지날 때마다 슬픔과 분노가 느껴지는 세월이 어느덧 4년이다. 의료시설로 지어 놓은 건물이 권력을 가진 몇몇 사람들의 생각에 따라 하루아침에 일반적인 사무공간으로 전용되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워서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병원과 같은 특수시설을 짓는 일이 일반 사무공간을 짓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드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고 그 내부에 인간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의료장비를 설치한 것 또한 한두 푼의 비용이 들어간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혈세로 그러한 공간을 신축했으면 용도에 맞게 잘 사용하는 것이 지방정부의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3년 진주에서 일어난 진주의료원 폐업이라는 사건은 그 역할에 역행하는 아주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나 어쩌면 건물과 고가장비를 갖추는 데 든 비용의 손실은 진주의료원 폐업으로 인한 사람들의 직접적인 피해에 비하면 오히려 약과일지 모른다. 그 당시 폐원으로 인해 강제로 퇴원을 당하고 갈 곳을 찾지 못해 헤매거나 집으로 돌아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돌아가시거나 고통을 받은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에 의해 강성노조로 몰리면서 진주의료원 폐원과 함께 실직을 하게 된 직원들과 그 가족의 정신적 물적 피해는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뿐더러 현재도 진행 중인 피해일 것이다. 그래서 옛 진주의료원은 우리 일반 시민들에게도 트라우마이다.

진주의료원 폐원을 결정한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중앙무대에서의 정치를 위해 도지사의 자리에서 물러난 지금, 그를 기억할 때 가장 가슴 아프게 떠올리게 되는 일도 진주의료원을 폐원한 일이다. 우리가 지난 겨울 내내 몸서리치며 ‘이게 나라냐’고 외쳤던 원인 중 하나가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국민들과의 소통 부재, 불통에 있었다면, 진주에서 진주의료원이 폐원된 일은 경남도지사와 경상남도의 지역 주민들 간의 소통부재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이다. 이 또한 적폐의 하나이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지금, 잘못된 것은 되돌려져야 하며 적폐는 사라져야 한다. 그러므로 이제라도 진주시민과 경남도민의 의견을 물어 진주의료원을 재개원시켜야 한다.

다행히 지난 6월 초부터 진주시민들이 품어왔던 ‘진주의료원 재개원’ 이라는 희망이 현실로 나타날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대통령과 전국 시·도지사와 대통령의 간담회에서, 경상남도는 서부경남 공공보건의료 강화를 위해 서부경남지역 거점 공공병원 설치를 건의했고 이에 맞추어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 도민 운동본부는 서부경남 지역거점 공공병원 설립을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현재의 경남서부청사를 다시 병원시설로 되돌려 진주의료원을 재개원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서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서부경남 지역거점 공공병원 설립이라는 형태로 제기하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지난 잘못을 되돌린다는 의미에서나 의료서비스에 취약한 서부경남지역에 공공병원을 확대한다는 의미에서나 진주지역에 다시 공공병원을 두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로 보인다.

지방정부의 잘못된 결정으로 없앴던 공공병원을 다시 설립하는 데 우리가 다시 지불해야 할 비용이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이 또한 도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일이긴 하지만, 공공병원의 필요성은 그보다 한층 더 절실하다. 이제 공공병원 설립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진주에 공공병원이 다시 들어서는 모습을 하루 빨리 보고 싶다. 그리하여 그 누구도 의료서비스에서 배제되거나 누락되는 일이 없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강문순(전 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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