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4 (439)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4 (439)
  • 경남일보
  • 승인 2017.07.04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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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4 (439)

“어디까지 아십니꺼. 정남이는요 아부지, 그게 아부지하고 우리 관계라예. 이런 비정상의 원인이 누구 때문입니꺼.”

“또 내탓이라꼬? 여러 말 말고 그년 있는데나 대라. 결혼도 안한 가시나가 새끼는 낳아서 시집도 안간 처녀 셍이한테다 떠넴기 놓고. 내 이년을 그냥 집구석이 우찌 돌아가고, 지 에미가 우찌 됐는지도 모른 채 어느 구석에 쳐박히 사는고. 식구들이 밤낮으로 걱정하는 거는 모리고.”



호남이도 오빠도 정남이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이야기는 차마 전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아버지라고 막내딸 걱정을 하시긴 하셨겠지요. 그렇지만 정남이는 이제-”

양지는 숨이 콱 막히는 억하심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더 무슨 말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아버지의 의혹을 풀기위해 자초지종을 친절하게 늘어놓기는 더 싫었다.

“제 입으로 다시 말하기 싫으니까 오빠나 호남이한테 물어보이소. 갈랍니더.”

돌아서는 양지의 어깨를 아버지의 우악스러운 손이 탁 눌러 잡았다.

“시집가서 지 자식은 안 낳아 키우고 남의 새끼만 키운다꼬? 그기 말(斗) 이가 되가?”

“앞으로는 아버지 시대하고 다릅니더. 케케묵은 옛날식으로만 세상을 보지 마이소. 산업이 발달하고 지식 있는 여자들의 사회진출도 늘어납니더, 남자들 못지않은 능력을 가진 여성들이 남자들의 부속물로 아이만 키우고 있을 리 있겠십니꺼. 책임지고 키울 사람 없이 점점 애물단지가 되어가는 아이들을 누가 돌보겠어요.”

“잘 한다. 면장 났네 면장 났어. 니가 나서서 안 해도 할 사람 꽉 찼다.”

“저는 이제 아부지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대로 안 해도 되는 성인인 줄 모릅니꺼? 저는 넓은 세상도 보았습니다. 어른이라고 무조건 우대받는 일도 앞으로는 없을 겁니더.”

“저런, 저런. 악담을 해라 악담을 해.”

“악담이 아니라 세상의 흐름을 바로 보시라는 거지요.”

“야이 똑똑한 년들아. 제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안 변하는 기 남자가 아아 못 낳고 하늘이 땅 안 되는 것과 일리라.”

“아부지 제바알-”

대꾸할 가치도 없는 실랑이라 여기면서도 그가 남이 아닌 아버지기에 양지는 토를 단다.

이론이든 기세든 양지에게 밀리는 꼴이 되자 붉으락푸르락하던 아버지가 씹어뱉듯이 쏘아붙이며 양지를 흘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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