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30)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30)
  • 경남일보
  • 승인 2017.07.1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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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박경리 동상, 그리고 북유럽 이야기(8)
 


우리 일행은 페르귄트의 전설이 서려 있는 노르웨이문화의 1거점인 빈스트라를 훨씬 뒤에다 떨어트려 놓고 오따지역을 거쳐 이제 노르웨이 경관의 알파요 오메가인 피오르드(협곡)와 유럽 최고의 빙하산인 요스테달산 언저리를 만나는 일정에 접어들었다. 일행은 노르웨이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게이랑에르 피오르드로 이동하는데 눈이 너무 많이 와 피오르드로 드는 길목이 막혀 있다는 것을 알고 직진하여 만년 설산으로 올라갔다.

이 길은 바닥에 눈이 없어 중간 정상까지 오르는 데는 장애가 없었다. 그러나 도로 옆에는 양켠으로 깃발을 꽂아 도로와 눈밭을 구별해 주고 있었다. 오르고 올라도 눈이요 별장 같은 작은 집들이다. 펜션일까, 지금 늦겨울(현지의 계절)에 눈으로 길이 막혀 섬처럼 떠 있는 산 능선이나 계곡에 사람들이 들어가 살고 있을까. 겨울을 나는 사람들 중에는 산속에서 섬처럼 떠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으리라. 작품 속의 솔베이지처럼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 님을 기다리다가 청춘이 머리 센 여자로 눈밭이 눈인가, 머리칼이 눈인가 구별하기 힘드는 여인이 되어 있으리라.

“그 겨울 지나/ 봄이 가고 /또 봄이 가고/ 여름 또한 가면/ 한 해 저물고/ 또 한 해가 저무네.” 필자의 입에는 솔베이지의 애절한 기다림의 노래를 머금고 시간은 가고 세월이 파도처럼 집을 덮고 눈마저 함께 내려서 덮일 때를 생각하며 차에서 내려 눈밭에 앉아 있고 싶어졌다. 일행들은 일제히 차에서 내려 천지가 어디가 어딘지 구별이 되지 않는 공간에서 단지 여행이라는 설레임으로 스마트폰에 담기 시작했다. 무엇이 담기겠는가. 눈인가, 빙산인가, 그 너머 신비인가.

일행은 조심 조심 꽂혀 있는 양쪽 깃발을 대중 잡아 오르던 산 중턱에서 되짚어 내려와 요스테달산을 관통하는 피얼란드 터널을 통과했다. 협곡이 많고 눈산이 병풍으로 둘러쳐져 있는 곳에 터널은 우리의 터널과는 또다른 볼거리에 속한다. 터널이 좁기는 하지만 불편하지는 않았고 가다가 보면 군데군데서 터널 로타리를 만난다. 터널에 로타리라니! 우리의 경우 터널은 시원히 일직선으로 나서 일직선으로 시원히 빠져 나가는 것이 통례 아닌가. 노르웨이는 터널의 길이와 섬세함이 터널 안에서의 사통팔달로 이어지는 것을 신기하게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을 흔히들 도로공화국이라 부른다. 그러나 이 터널 로타리를 보면서 노르웨이는 우리보다 한 수 앞서는 터널공화국임을 인정하게 된다.

우리는 요스테달 한 자락인 뵈이야로 이동하여 뵈이야 빙하와 피얼란드 빙하박물관을 관람했다. 우선 빙하라 하면 흔히 북극같이 바다에 얼음이 떠 있는 그 얼음을 빙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빙하는 5가지의 종류가 있는데 뵈이야 빙하는 눈이 만년설로 내리고 내리어 견고한 얼음으로 굳어져서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그 부분에는 푸르스름한 빛이 감돌게 된다. 그 푸른빛이 보일 때 빙하라고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멀리 보이는 빙산에서 푸루스름한 빛깔을 보았다. 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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