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플러스 <174>광려산
명산플러스 <174>광려산
  • 최창민
  • 승인 2017.07.1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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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년 경남일보 초대 주필이었던 위암 장지연선생과 광려산 광산사가 연이 닿아 있다. 그는 1914년 광산사 중수 상량문에 ‘1742년 (영조 18)승려 빙연, 1805년(순조 5)승려 승흡에 의해 대웅전이 중건됐다’는 기록을 남겼다.

앞서 그는 1910년 10월 11일자 경남일보 ‘사조(詞藻)’란에 한일강제병합을 비난하며 그해 8월 자결한 매천(梅泉) 황현의 ‘유시(遺詩)’를 게재하고 평을 달았다. 일제는 이를 문제 삼아 신문지법 위반을 적용, 10월 25일까지 정간시켰다. 곧 복간됐으나 위암은 1913년 결국 주필직을 그만뒀다. 마산에 정착한 그는 이듬해 광려산에 들러 광산사 중수 상량문을 썼다.

광려산은 한자 농막집 려(廬)를 써 산의 형상이 큰 집처럼 생겼다는데서 유래했다. 중국 명산 여산과 닮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광려산이라는 이름의 기록은 권상일의 청대일기이다. ‘1724년(경종 4) 윤 4월 14일 창원 광려산 약수를 마시고 월영대에 올랐다’고 되어 있다.

지리적으로 함안군 여항면 내곡리와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의 경계에 소재한다. 산경표 개념에선 낙남정맥(지리산 영신봉∼김해 신어산)상의 함안 여항산과 마산 무학산 중간에 위치한다.

재미있는 것은 여항산→광려산→무학산 세 개의 산 중 광려산을 기준점으로 해서 등산로를 그려보면 지리산 대종주처럼 태극문양이 나타난다. 코스가 20㎞정도이니 하루 만에 주행도 가능한데 여유 있는 산행을 하려면 광려산에서 끊은 뒤 1박2일 코스로 걷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정맥은 광려산에서 남동쪽으로 진행해 무학산을 세웠다가 창원 천주산과 정병산을 거쳐 다시 김해 신어산에서 솟구친 뒤 낙동강으로 잠영한다. 여항산의 고도가 770m, 무학산이 761m, 광려산·대산이 720m·725m이니 정맥상에서 지리산군을 제외하고는 세번째 높다.
등산로;창원 마산회원구 내서읍 신감리 광산사 일주문 앞 주차장→계곡→단계사→화개지맥 갈림길→삿갓봉→광려산→대산→신감리마을→원점회귀. 11㎞에 휴식포함 5시간 소요.

내서읍 신감리 소재 광산사 기점이 가장 접근하기 좋다. 일주문 앞에서 등산로가 좌·우로 갈라지는데 어느 곳을 택하든 정상에 오른 뒤 한바퀴 돌아서 원점 회귀할 수 있다. 취재팀은 일주문 앞에서 오른쪽 등산로를 택해 계곡을 건넜다. 처음에 광산사 대웅전까지 진입하는 바람에 등산로 입구를 찾지못해 절집 보살에게 길을 물어 일주문으로 되돌아와야했다.

오전 10시, 맛고을이라는 가든형 식당 앞을 지난다. 간판에 붙어 있는 싯구가 눈길을 끌었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계곡을 넘어서면 단계사, 곧장 임도 오름길이다. 오른쪽 산길에 들어서면 서어나무 굴참나무 소나무 아름드리 수목이 반긴다. 담쟁이가 나무를 감아 오르고 으름·다래넝쿨은 얼키고설켜 덤불을 이룬다. 울울 창창 생명을 키우는 숲이다.

등산로 경사가 급한 나머지 갈지(之)자 길이 연속된다. 산 입구에서 바라볼 때 눈 위에 있었기 때문에 단번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짧아보여도 지그재그형태여서 그만큼 시간이 더 지체된다. 숨이 턱밑에까지 차오르는 고통, 주저앉고 싶은 마음, 아무 곳에나 발을 던져놓고 싶은 심정이 수시로 교차한다.

오전 10시 45분, 출발 45여분 만에 능선 갈림길에 닿는다. 왼쪽이 진행해야 할 정맥구간 삿갓봉 오름길, 오른쪽은 꽃이 지천인 산줄기라고 해서 화개산(상투봉)이며 능선은 화개지맥이다.

동행한 백승대 윤전부장은 ‘토종닭이 낳은 것’이라며 삶은 계란 네 개를 내놓았다. 이른 아침 출발한 일행은 계란을 나눠 먹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이 지점에서부터 삿갓봉까지는 완만한 경사를 보인다. 크고 작은 봉우리 서너개를 오르락내리락 해야 하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다.

출발 후 1시간 10분 만에 낙남정맥 삿갓봉에 올라선다. 정맥꾼들의 휴식처가 될 만한 데크시설이 잘돼 있다. 풀냄새 나무향기 바다내음이 바람에 실려 온다. 그 바람을 놓칠세라 큰 숨 한번 몸 속 깊이 들이켰다가 뱉어내기를 몇 차례, 오름길에서 지친 몸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느낌이다.

영국 비평가 토마스 카알라일은 ‘자연은 살아 있는 신의 옷’이라했다. 그래서 이 계절에 산에 오른다는 것은 수목의 씨·날줄로 엮은 초록의 융단에 안겨보는 정화(淨化)일 것이다.

삿갓봉기준 진행해야 할 광려산은 0.7㎞, 무학산 9.6㎞이고 지나온 여항산은 10.7㎞이다. 더 높고 더 짙은 산이 손짓하는 광려산으로 발길을 옮긴다.

오르내림이 몇 차례 계속되다가 정상부근에서 암릉이 노출된다. 그 바위에 올라서서 뒤돌아보면 지나온 삿갓봉이 선명하다.

출발 2시간만인 낮 12시께 광려산에 닿는다.

정상 주변에서 점심 겸 휴식을 마친 취재팀은 다시 대산으로 향한다. 중간에 등산로에서 약간 벗어나면 불쑥 불쑥 암릉이 도드라지는 봉우리를 만날 수 있다. 전망대 역할을 하는데 끝에 서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오금이 저려온다. 고도는 한껏 낮춰진다. 광산사로 바로 내려가는 희미한 길이 보이지만 정상적인 루트가 아니다. 다시 오름길이다. 이번에는 오른쪽 남쪽에 바다가 보인다. 가깝게는 창포만 수우도 송도 양도, 멀게는 거제도와 부속도서들이 점점이 떠 있다.

남으로 열린 진경산수(眞景山水), 북쪽 평양 출신 혁명적 로맨티스트 김사량은 전쟁통 이 산에서 바다의 희망을 잠시 엿봤다. ‘산줄기가 굼실굼실 내다보이며, 정면에 활짝 트인 바다 한가운데 거제도가 보인다. 올숭달숭 물오리 떼처럼 흩어져 있는 조그만 섬들은 안개 속에 가물거린다. 흐드러지게 아름다운 바다…’

9부능선 험한 지역, 암릉 구간의 나무계단을 밟고 대산에 올라선다. 오후 2시 무학산이 코앞이다. 마산항과 그 바다에는 황토색의 인공섬 마산해양신도시 부지와 초록색의 자연섬 돝섬해상유원지가 함께 떠 있다. 무학산길을 뒤로하고 광산사 일주문까지 길고 긴 하산길이 이어진다. 산 끝자락에서 임도와 팔각정을 만나면 산길은 끝난다. 임도를 따라가면 동화속 숲속마을인양 신감마을이 보인다.

광산사는 창원시가 발주한 목조보살좌상 주변공사가 한창이었다. 통일신라 665년(문무왕 5)원효대사와 중국의 승려 은신이 창건했다고 전한다. 1481년에 편찬된 동국여지승람, 1799년의 범우고에 사찰 유존(遺存)기록이 있다.

최창민기자


 
화개지맥에서 삿갓봉으로 가는 길, 생명의 숲이 반긴다.
 
광려산에서 되돌아본 삿갓봉.
암릉전망대에서 바라본 숲은 마치 초록의 융단을 깐 것처럼 아름다웠다.
평양 출신 혁명적 로맨티스트 김사량은 전쟁 통에 이곳에서 남해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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