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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4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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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16  23: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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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4 (440)

“야 이년아. 모르겠다. 호냄이년 꼬라지 보고도 정신 못채리는 거 보니 또 한 마디 해야겄다. 부모만 자식 살리는 기 아니고 자식도 부모를 살리는 기다. 지 하나 잘 묵고 잘 입고 살자꼬 일하는 부모 있는가 봐라. 돌뎅이 겉이 매달리는 자식도 그게 부모 세우는 지팡막대라, 다시 한 번 말하는데 깊이 생각해 보는 법 없이 그리 억불로 나가모 가시나로 늙어 죽든지 말든지, 앞으로 절대 니 일에 간여를 하모 내가 최태뵉이 이름을 간다. 에이 순 망할 년들.”

만만찮은 양지의 기세에 밀린 아버지가 막말을 내뱉으며 저 만큼 가서 이리저리 서성거리더니 다시 돌아왔다. 달래듯 낮은 음성으로 못 다한 말을 이었다.

“사람은 제가끔 타고 난 깜냥대로 사람 꽃도 피어나게 되어있다. 내가 만약 아니, 니 에미까지 넉넉한 형편으로 해돌라는 대로 다해 줌서 키았으모 오늘 날 니가 있을 것 같나?”

양지는 입을 딱 벌리며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이런 괴변이라니. 아버지의 설파는 계속되었다.

“있는 집 자식들 치고 부모 속 썩히고 비리비리하게 사는 것들이 얼매나 많은 줄 아나?”

이론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너무 뻔뻔스러운 자기변명으로 딸을 설득하는 아버지를 양지는 정면으로 쏘아본다.

“아부지, 저는요. 요즘 들어 저 자신을 곰곰 되돌아보는데, 아버지한테도 저 같은 자식은 없는 게 더 나을 뻔 했잖아 예? 그러니까 결혼, 자식, 그딴 데 집착해서 너무 닦달하지 마이소. 앞으로는 자식 필요 없다는 사람들 많이 나올겁니더.”

“에레기 순 빌어쳐묵을 것! 그리 빼끼 말 몬하나. 남녀가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그기 정칙이고 인생의 근본인데, 늙어서 내 효도 받자고 하는 말로 빽기 안 들리나? 허허참 최태뵉이 인생은 와 이런고.”

“정칙은 변칙의 저항을 받고 수정되게 마련 이예요. 지금 세상에 아버지 같은 고리타분한 생각만 하는 사람은 뒷방 늙은이 취급 밖에 못 받아요.”

“난 그리 에럽은 말은 몬 알아 묵는다. 사람이, 집을 맹글어야제. 사람이 내일을 보고 살아야 될 거 아이가. 내일, 내일, 네 인생에 미래가 있어야 될 거 아니냐 이 말이다. 우선 묵기는 곶감이 달다만 지 혼자 벌어서 혼자 먹고 쓰고 살모 내일이 있것나. 이래도 애비 말이 바로 안 들리나. 내 딸년들이 모두 떠돌이로 홑으로 사는 꼬라지를 나더러 우찌 보고 살란 말이고.”

아버지는 강퍅한 인상으로 양지를 찍어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아부지, 세상을 넓고 길게 보이소. 앞으로는 결혼이라는 굴레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처녀 총각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이 생길 거라고 학자들이 그랍니더. 부부가 이혼해서 자식들만 불쌍하게 만드느니 차라리 그런 죄를 안 짓고 혼자 사는 게 훨씬 양심적이고 말입니더. 호남이나 주영이를 보고도 다른 말을 합니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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