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윤달 어느 하루의 해후
박행달(시인·경남문화관광해설사)
2017년 윤달 어느 하루의 해후
박행달(시인·경남문화관광해설사)
  • 경남일보
  • 승인 2017.07.1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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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행달

21세기에 사는 젊은이들은 빠름빠름 이라는 단어가 입에 습관처럼 되어있다. 그리고 디지털 문명만 안고 사는 세대들이다. 그런 이들이 어찌 우주관과 자연을 따르는 삶을 알 리가 있을까? 이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오래 묵고 숙성된 효(孝이)이야기 하나 허용해 주실는지.

윤달이란 역법과 실제 우주 년과 계절 년을 맞추기 위해 여분의 날짜를 끼우다 보니 한 달이 된다. 윤달은 2~3년마다 한 번씩 오는데 한 달이 더 많다하여 ‘공달’이라고도 한다. 그 음력의 달도 일정하지 않고 윤달이 있는 해마다 바뀌어 진다. 올해의 윤달은 5월, 그러므로 서기 2017년 음력은 13개월로 한해가 구성되어 있다 이런 해 윤달은 보통 달과 달리 무엇을 해도 해가 없고 탈도 없는 달이다. 묘지이장을 하던지 기존의 음택 및 앞으로 사용 될 음택을 손질하고 조성한다.

그런 2017년 윤5월 어느 날 신 새벽, 이순의 나이를 훨씬 지낸 사내가 허리까지 오는 풀들 때문에 발보다 손이 훨씬 바삐 움직이며 산을 오르고 있다. 50년 전 아버지를 지병으로 저 세상으로 10대의 철부지가 아무런 준비 없이 사별하게 되었다. 철모르고 보낸 아버지의 사후 묘는 얼마 못가서 봉분이 무너져 거의 형체가 없어진 상태로 수십 년을 보냈다. 그 사내에게 있어 묘지는 사후 아버지가 생활하시는 방으로 생각하곤 했다. 비바람에 엄동설한 냉함을 견디고 있다는 죄책감에 자신이 처한 것처럼 아파하며 언젠가는 아버지의 방을 고치기로 마음 먹은 것이 50년이 되어버렸다. 이순을 훌쩍 지난 지금 그 아버지의 산소에 봉분을 다시 쌓고 잔디를 입히기 위한 작업을 하려고 벼른 날이다. 그 뒤를 잔디를 지게에 얹고 손자가 묵묵히 아버지의 명을 받들고 있다. 어스름한 여명에 또 하나의 그림자, 지천명의 세월 극치에 다다른 사위가 뒤를 따른다. 세월을 비껴 간 아버지의 유일한 수송의 수단이었던 지게에 그 아버지의 묘에 사초할 잔디를 지고 너덜겅이 비탈 산을 오르는 저 땀방울이 무엇을 젖히고 있을까? 살아생전 못다 한 효행의 비애일까? 새벽의 이 험난한 고행에 젖혀지는 땀방울이 줄줄 흐르는 더위를 노곤히 즐기고 있다니... 하늘을 알고 땅의 이치를 안 깨달음을 품고 헐떡이는 숨소리가 허공을 가로질러 사후에 까지 효를 실천하는 세대가 아직도 여기 있다. 후유 천만다행이다.

오늘 여기 모여 있는 후손들은 자신들의 부귀영화의 염원은 진정 없었다. 오직 50년 전의 사별에 아쉬움과 철없이 보내버린 아버지! 애정 어린 담소를 못다 한 해후의 바램으로 무릎 꿇고 있다는 것이 서로가 서로에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우리 모두 진정 혈육의 정을 나누는 아름다운 되샘질을 계속할 수 있는 매일이길 두 손 모아본다.

 

박행달(시인·경남문화관광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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