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7.07.1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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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적업계의 선구자였던 서갑호 회장
서갑호 회장


1950년 일본 오사카 부 내의 고액 소득자 랭킹 1위, 1952년 일본 전체의 부호 순위 제 5위, 1957년도에 이어 1958년도에도 제 8위로 일본 재계의 쟁쟁한 부자들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했던 서갑호(徐甲虎) 회장. 그는 1950년대에 재일 한국인 사회뿐만 아니라, 일본을 대표하는 고소득자 반열에 올라 명성을 떨치던 일본 재계의 거물이었다. 서갑호 회장은 1915년 경남 울주군 삼남면에서 태어났다. 롯데 그룹의 창업자인 신격호 회장과 같은 고향이다. 그는 1928년 단신으로 고향을 떠나 일본으로 건너갔다. 당신 14세였던 그는 오사카에 있는 상점의 견습 점원으로 들어가 베 짜는 기술을 배웠다. 베 짜기 기술을 배운 그는 그 상점에서 나와 사탕 판매에서부터 폐품 수집, 타월 공장에서 기계에 기름 치는 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종들을 전전하였다. 그는 민족 차별과 편견 멸시를 견디며 오직 노력과 근면함으로 버티고 이겨나갔다.

그러던 그에게 일점강점기가 끝나면서 비즈니스의 기회가 찾아왔다. 종전 직후에 폐기처분된 방적기들을 사모아 1948년 사카모토(板本) 방적을 설립하였다. 서갑호 회장은 1950년 봄, 제 2공장을 건설하면서 오사카 방적을 설립하게 된다. 단 기간에 방적공장을 크게 확장하기는 하였으나 당시에 그가 구체적인 미래비전이나 확실한 승산을 믿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해 6월에 한국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 한국 전쟁의 특수로 그의 방적회사는 급성장을 이룩하게 되었다. 서갑호 회장은 1955년에 경영 부진에 빠져있던 히타치 방적마저 매수 하면서 1961년에는 연매출 100억 엔의 일본 최대 방적 왕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사카모토 방적그룹은 종전 후 일본의 경제적 부흥을 이끈 10대 방적회사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대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방적업으로 대성공을 거둔 서갑호 회장은 부동산, 호텔, 볼링장 사업 등으로 경영을 다각화하면서 활발한 경영활동을 펼쳤다. 그래서 그는 1950년대의 일본 고소득자 랭킹에서 거의 매년 마쓰시타 전기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 브릿지스톤 타이어의 창업자 이시바시 쇼지로, 이데미쓰 흥산 창업자 이데미쓰 사조 등 일본 재계의 쟁쟁한 부호들과 어깨를 당당히 겨루었던 것이다.

이렇게 부를 축적한 서갑호 회장은 조국을 위해서 그리고 재일 한국인 사회를 위해서 기여하는데 매우 적극적이었다. 1955년 오사카 신이바시에 한국 총영사관을 설립할 때에 한국 정부에 2000만 엔을 기부하였고 오사카 민단에는 매년 500만 엔의 찬조금을 제공하였다. 또한 재일 한국인 자녀들의 민족 교육을 위해서 오사카에 한국 학교를 설립하여 이사장으로서 연간 2,400만 엔씩을 기부하였다. 더욱이 당시 시가 50억 엔으로 알려진 도쿄 미나미 아자부(麻布)의 최고급 주택가에 있는 광대한 토지를 매입하여 주일 대사관이 사용하도록 한국 정부에 기증하여 널리 알려지기도 하였다. 그래서 지난 2015년 12월 25일에는 주일 대사관에서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하여, 故 서갑호 회장의 조국 사랑 정신을 한층 더 기리는 의미에서 흉상을 제작하여 제막식을 거행한 바 있다.

서갑호 회장이 조국에 투자하기로 결심한 것은 1961년 박정희 정권이 탄생하고 한국 정부가 본격적인 경제개발 계획을 펼치기 시작한 시기였다.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본국 투자를 요청받은 서회장은 1963년 1월 한국산업은행이 관리하던 태창방직주식회사를 인수하고 115억 엔을 투자하여 판본(阪本)방직주식회사를 설립했고, 1967년 회사 이름을 방림방적 주식회사(邦林紡績株式會社)로 바꿨다. 그의 한국 진출은 재일 한국인 자본에 의한 최초의 본격적인 본국 투자였고, 당시 국내에서는 ‘금의환향한 재일 한국인’으로 큰 화제가 되었었다.

/경상대학교 경영학과

 
서갑호 회장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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