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이 차야 가지요
강경주(시조시인)
똥이 차야 가지요
강경주(시조시인)
  • 경남일보
  • 승인 2017.07.1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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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

세상에는 우스운 일도 많고 웃기는 일도 많다. 그렇다고 우리가 마음 놓고 웃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짜 우스운 일을 맞닥뜨리더라도 그 정황에 따라 웃을 수도 있고 웃지 않을 수도 있고 웃지 못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마음 놓고 웃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포복절도할 만한 기막힌 유머, 개그 등이 그러하다. 현실을 풍자하거나 약간 비틀어 제시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웃을 수 있는 것이다.

배꼽을 잡고 웃다가 보면 문득 공허함을 느낄 때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눈물이 찔끔 나올 때도 있다. 생리학적으로는 웃을 때 작용하는 근육이 눈물샘을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너무나 싱겁고 재미없는 해석이다.

촌철살인! 거기에 우리도 몰래 찔리는 구석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아마도 그것이 우리들의 심리를 자극하기 때문일 것이다. 전광석화와도 같은 쩌릿한 자기반성의 칼날이 눈치 채지 못하게 눈물샘을 찌르는 것은 아닐는지. 그래서 그런지 필자는, 이솝우화를 읽다가 웃다가, 갑자기 찔끔 맺히는 눈물을 하늘을 우러러 감출 때가 있다.

슬퍼서 흘리는 눈물이나 울음도 마음을 정화시키지만 웃음도 그러한 것 같다. 무턱대고 웃었는데 그것이 자기 내면의 저 깊은 곳, 말초신경에 꽂히는 빛나는 바늘일 줄이야.

이런 유머가 있다. 정류장에 낡은 버스 한 대가 손님이 더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출발하지 않자, 기다리다 지친 한 손님이 화가 나 투덜대며 말했다. “ 여보, 기사 양반, 이 똥차 도대체 언제 출발할 거야?” 그러자 운전기사가 말했다. “허, 참! 똥이 차야 가지요!” 이쯤 되면 턱이 빠지도록 웃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런데 이 유머 속에 감추어진 뜨겁고 날카로운 추궁을 눈치 채는 사람은 드물다. 그것이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정도라면 우리가 그렇게 체면 없이 웃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번의 생각 참지 못하여 졸지에 똥이 되어버린 그 손님, 아니 모든 우리들 때문일 것이다.

자기가 몸담고 있는 직장이나 단체에 대해 불만이 많을 수 있다. 짜증나고 지루하고 뭐 이따위가 다 있느냐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몸담고 있는 공동체를 비하하는 사람은 결국 자신을 폄훼하는 것이다.

불가에서는 나를 버리고 나면 나 아닌 것이 없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내면에 잠재해 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서 발견하게 되면 화를 낸다고 한다. 욕하고 투덜대는 대상이 곧 자기의 다른 모습인 것이다.

 

강경주(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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