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31)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31)
  • 경남일보
  • 승인 2017.07.2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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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박경리 동상, 그리고 북유럽 이야기(9)
 


우리는 피얼란드 빙하박물관에서 180도 광폭 스크린으로 빙하의 경관과 역사, 그리고 빙하산을 오르는 특별 등반객들의 등정 과정을 숨 졸이며 보았다. 전시관에서 1991년 알프스 빙하에서 5천 3백년 지나 발굴된 얼음인간 ‘윗치’의 미이라 사진을 보며 놀라움에 싸였다. 박물관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나오는데 호랑이, 사자 같은 동물들이 내는 합성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필자의 상상으로는 빙하가 녹아내리는 장엄한 풍경과 역사를 맹수가 절규하는 것으로 대치하여 듣는 느낌이었다. 자연의 신비와 폭압적인 힘 같은 것이 이곳에는 상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어 우리는 ‘송네피오르드’로 이동하여 페리호에 승선했다. 우리 뒤를 그리그의 음률이 바짝 붙어 승선하는 듯했다. 솔베이지의 노래는 떠나간 낭군을 떠나 있지만 음률은 진실이라는 듯 페리호의 찬바람에 아랑곳하지 않고 끊겼다가 이어졌다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백만년 전 빙하시대에 빙하의 압력으로 깎여진 U자형 계곡 중에서 가장 길고 가장 깊은 이 피오르드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있다.

산꼭대기에는 하얀 눈이 덮여 있고 절벽에는 폭포수가 가느다란 은색 리본을 단 것처럼 경이롭게 흘러내린다. 필자는 일행에게 필자가 쓴 시극(詩劇) ‘순교자의 딸 유섬이’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저 은색 리본은 유섬이가 따내린 댕기머리와 같다고 설명하고 그 뒤에 우락부락한 작은 산들은 유섬이에게 장가들고 싶어 안달하는 거제도의 당시 총각들 같다고 설명했다. 페리호는 흔들리지 않고 만년설의 전설을 안고 끝없는 협곡으로 들어가는 중이다.

우리는 그 다음날 라르달에서 전용 차량으로 플롬으로 이동했다. 로맨틱 열차인 플롬 라인을 타고 산악열차의 진수를 맛볼 수 있게 되었다. 노르웨이에서 이 산악열차 기행은 터키 가파도키아에서 열기구를 타는 것만큼 전율할 수 있는 코스라 할 만했다. 필자는 3년전의 터키 성지순례에서 가파도키아에 이르렀을 때 ‘바위의 나라’ 그 기기묘묘 신의 솜씨를 경탄한 바 있고 그것뿐만 아니라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수직상승한 것을 두고 생명을 거는 모험이라 생각하고 예약을 취소하고 포기할 뻔했었다. 그러나 그 모험은 필자에게는 좋은 시 한편 남길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산악열차에 오르기 전 자유시간에 필자는 남성복 코너에 들어가 하늘색 점프를 하나 골랐다. 옷이 몸에 맞았다. 색깔이 환상적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칭찬해 마지 않았다. 그래서 그 점프를 입고 열차를 타고 절경을 오르는 동안 사진을 있는 대로 눌러대었다. 아마도 이때의 사진이 필자의 앨범에서는 단연 앞자리에 놓이는 것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산악열차는 피오르드 깊숙한 곳에 위치한 플롬에서 뮈르달역까지 20키로미터 철도를 따라 55분간의 진귀한 기행의 맛을 느껴볼 수 있다. 시종 펼쳐지는 웅장한 규모의 기묘한 산, 벼락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폭포수의 거친 낙차, 절벽을 껴안고 절경 위를 나르는 오르는 비행, 저기 건너편에는 만년설의 능선이 치맛자락으로 내리고 역에서는 음악이 신명을 켜대고 바위를 타고 하늘에서 내린 요정이 민속무를 추는 모습은 세상 어디 실제의 모습에서는 가늠하기 힘들고, 또 한 여자 요정은 우리를 향해 오라는 손짓을 춤사위로 보내오는 간담이 서늘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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